캠핑 그리들 닭볶음탕
닭볶음탕, 참 매력적인 음식이다. 어찌 보면 토속스럽고, 달리 보면 추억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 은근히 비싸고 고급스럽기도 하다. 아주 익숙한 음식인 것 같은데, 의외로 먹기는 쉽질 않다. 주변에 닭볶음탕 맛있게 하는 집 별로 없고, 굳이 찾아서 가보면 1시간 전 미리 예약이 필요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먹기까지 제법 오래 기다려야 하고, 가격도 은근 만만치가 않다.
그런 닭볶음탕을 캠핑 요리로, 그것도 간편하면서도 2인 기준 만 원 정도의 저렴한 비용에 해 먹을 수가 있다. 이름하야 캠핑 그리들 닭볶음탕, 사실 캠핑 요리라는 것이 은근 뻔한데, 얼큰 달달한 닭과 감자, 그리고 마지막에는 밥이나 면을 볶아서 먹을 수 있는 이 아이템, 생각보다 괜찮다. 캠핑 그리들은 아래 글을 참고 하시라.
2단계 조리법
닭볶음탕은 엄연히 ‘탕’이다. 탕이란 고기를 확실하게 잠수시켜 제법 많은 시간을 들여 끓여줘야 한다. 하지만 캠핑 그리들은 편평해 육수를 많이 담을 수가 없고, 닭고기들을 완전히 잠수시킬 수가 없다. 보통 닭볶음탕 하듯, 그냥 재료와 양념을 캠핑 그리들 위로 붓고 끓여보면, 결코 ‘탕’까지 못 가고 그냥 ‘닭볶음’에서 끝나버린다.
캠핑 화력은 보통 집에서 쓰는 가스레인지보다 약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완전 개방된 그리들 위에 육수를 올리고 고기가 읽을 때까지 충분한 열을 전달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따라서 닭볶음탕을 캠핑 그리들 요리로 먹기 위해서는 약간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추천하는 방법은, 닭고기와 감자 등 오래 익혀야 할 재료들을 먼저 뚜껑 있는 냄비 등으로 익히고, 그 외 재료들은 나중에 그리들 위에서 합치는, 2단계 조리법이다.
재료 준비
닭볶음탕 재료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닭고기와 감자다. 그 외에는 채소라면 뭐든 다 좋으니 냉장고를 비울 절호의 기회다. 닭은 보통 물로만 씻어줘도 좋은데, 혹시나 잡내라도 날까 불안하면 우유로 씻어주면 더 좋다. 하지만 사람도 못하는 우유 목욕을 닭에게... 흐음...
닭볶음탕의 두 번째 핵심은 양념이다. 사실 닭과 감자, 그리고 양념만 제대로 준비됐다면 닭볶음탕은 라면보다도 쉬운 요리다. 문제의 양념은 그 유명한 백종원과 김수미 닭볶음탕 레시피 등을 참고해,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요리당, 간양파, 청주, 후추, 참기름, 액젓 등등을... 음... 이러니 먹기가 쉽질 않지... 자, 다 필요 없고, 그냥 오일러스 후다닭 볶음탕용 시즈닝 하나만 있으면 된다.
닭 1Kg 한 마리 기준으로 오일러스 후다닭 볶음탕용 시즈닝 1/4병 정도가 들어간다. 병 옆을 보면 한 번 넣는 눈금이 표시되어 있다. 참고로 오일러스 시즈닝 시리즈에는 니하오 짬뽕 시즈닝, 바비큐 시즈닝, 야식 볶음 시즈닝, 떡볶이 시즈닝, 낚시엔 매운탕 시즈닝 등이 있더라.
시즈닝에 모든 맛이 다 들어있어 추가로 향 채소는 필요 없다. 하지만, 나는 더 시원한 맛을 위해 대파와 마늘 두 가지는 추가했다. 당연히 대파는 송송, 마늘은 다져서 준비한다. 이걸로 준비 끝이다. 오래된 유행어지만, 참~ 쉽죠?
닭볶음탕 1단계와 도리 놀이
이제 1단계 조리, 닭고기와 감자를 먼저 익혀보자. 닭고기와 감자를 완전히 잠수시켜 익힐 수 있게 냄비나 솥 등을 준비한다. 2인 기준으로 닭고기 600g, 감자 세 알을 먹기 좋게 썰고, 물 750ml를 넣는다. 오일러스 후다닭 볶음탕용 시즈닝은 그냥 1Kg 기준 분량을 넣는다. 육수를 진하게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그리고는 휘~휘~ 저어주고, 뚜껑 닫은 채 20분 정도 끓인다. 화력이 강하면 중강 정도 불로 끓이고, 약하면 강으로, 적어도 10분은 팔팔 끓을 수 있도록 한다.
이제 1단계는 끝이다. 너무 간단하고 허무해서, 막간 놀이라도 좀 준비해봤다. 내가 붙인 이름으로, 일명 ‘도리 놀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원래 닭볶음탕은 닭도리탕이라고 했었다. 나도 후자가 훨씬 익숙하다. 한데 이 ‘도리’라는 말이 일본어 도리 또는 토리(とり, 鳥, 새)에서 유래했다며, 국립국어원에서 순화어로 닭볶음탕을 제안했다. 화투의 고도리에서 그 ‘도리’ 말이다.
하지만 닭도리탕은 억울하다는 주장도 만만치가 않더라. 우선 ‘도리’는 일본어가 아니고 순우리말인 ‘도려내다’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다. 그럴듯하다. 아랫도리의 ‘도리’도 ‘부분’이란 뜻이니까. 이러면 닭도리탕은 닭을 토막 내 끓인 탕이 된다. 또한 ‘도리’가 새 또는 닭의 일본어라면, 닭도리탕 이름을 붙인 사람은 ‘닭닭탕’ 또는 ‘닭새탕’이라고 했다는 것이니, 오히려 어색해진다. 그 외에도 닭볶음탕은 ‘볶음’과 ‘탕’이라는 다른 요리법을 한 음식에 사용하니 더 어색하다고도 주장한다. ‘이것은 볶음인가, 탕인가?’ 정도랄까? 거기다 정작 일본에는 닭도리탕이 없단다.
따라서 닭도리탕 자체로 우리말이라며, 닭볶음탕 순화 과정을 국립국어원의 대표적인 헛발질 사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이들은 닭도리탕 순화와 관련해 국립국어원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스스로를 ‘닭도리탕 + 레지스탕스 = 닭도리탕스 혹은 도리스탕스’라고 한단다. 이 저항 세력들이 즐겨하는 전설의 트윗 놀이가 있다는데, 그것은 ‘도리’ 또는 ‘토리’가 들어가는 아무 단들에서 해당 부분을 ‘볶음’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중 재밌는 것 몇 가지를 소개한다.
장도리 → 장볶음
도토리(2번 중복) → 볶볶음
강호의 도리 → 강호의 볶음
자식 된 도리 → 자식 된 볶음
신도리코 → 신볶음코
빅토리아 → 빅볶음아
햄토리 → 햄볶음
래브라도 리트리버 → 래브라볶 음트리버
푸에르토 리코 → 푸에르볶 음코
바람돌이 → 바람볶음
닭고기와 감자가 익는 시간 동안, 옆 사람과 함께 일정 시간 내에 ‘도리’를 ‘볶음’으로 바꿔주는 ‘도리 놀이’라도 해보심이 어떠하실지?
닭볶음탕 2단계
닭과 감자가 잘 익으면 불을 끄고 닭과 감자를 채로 받쳐낸다. 단, 절대 육수는 한 방울도 버리면 안 된다. 이 육수는 그리들에 닭, 감자, 부재료를 얹고 다시 부어줄 것이다. 캠핑에서는 막상 여유가 없을 듯하면, 여기까지 미리 집에서 만들어 따로 챙겨가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먹기 바로 전에 닭, 감자, 부재료를 얹고 육수 부어 잠깐만 끓이면 된다.
이제 제대로 닭볶음탕 캠핑요리를 만들어보자. 캠핑 그리들 놓고, 조금이라도 더 익힐 것들을 아래로,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위로 올린다. 양배추, 당근, 양파 깔아주고, 그 위에 버섯 올려봤다.
그 위에 다 익은 닭고기와 감자를 얹어준다. 마지막으로 송송 썬 파와 다진 마늘을 얹는다. 참고로 마늘과 파는 없어도 아무 상관없이 맛있다.
이제 닭볶음탕 육수 받아 놓은 것을 천천히 부어준다.
육수는 그리들 가운데에서 부어주는 것이 좋고, 천천히 부어서 그리들 끝에 약 3~4cm 여유 두고 찰 정도까지만 부어준다. 그리고 남은 육수는 옆에 잘 두고 추가 육수로 사용한다.
화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을 켜주고 대략 약 5분 정도면 닭볶음탕을 바로 먹을 수 있다. 위에서부터, 닭고기, 감자, 버섯 등을 먹다 보면, 아래 깔린 재료들도 푹 익게 된다. 어떤가? 라면보다 쉽지 않은가? 맛도 정말 맛집 맛 그대로일 것이다.
후식 볶음밥
철판 요리의 끝은 역시 볶음밥이다. 볶음밥 재료는 밥 외에는 다 취향이다. 나는 적당히 넓은 주발에 밥, 김치, 김, 달걀 한 알, 참기름(1인분 당 1큰술)을 넣어줬다.
그러고는 수저로 막 비벼준다. 너무 식상해 미안하지만,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두 손으로 비벼도 좋다. 충분히만 비벼준다면.
닭볶음탕 육수는 약간 남아있는 것이 좋지만, 좀 많아도 상관없다. 볶다 보면 금방 졸아붙는다. 닭, 감자, 그 외 무슨 채소건 남은 것은 함께 볶아도 좋다. 다 비벼진 밥을 그리들 위로 올린다.
먼저 밥을 넓게 펴주고, 버너 불을 켠 후 잠시 기다린다. 육수가 살짝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뒤집개 등으로 밀고 뒤집어가며 볶아준다.
능숙하며 빠른, 철판 요리 장인 같은 손놀림은 전혀 필요 없다. 캠핑 그리들은 그렇게 빨리 타지 않고, 적당한 뒤집개가 있다면 깔끔하게 밀어 뒤집어 줄 수 있다. 막손 똥손이라도 다 잘할 수 있다.
잠시 볶다 보면 육수는 사라지고, 그리들 바닥은 마르고, 밥알이 고슬고슬 해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잠시만 더 볶아 눌어붙는 느낌을 주고 불을 꺼준다. 불이 꺼져도 통 철판 그리들은 한참 동안 뜨뜻하다. 이제 마지막으로 볶음밥의 모양을 잡아준다. 나는 잉어빵 모양을 시도해봤... 크흑~ 부디 나보다는 잘들 하시길...
캠핑 그리들을 이용한 캠핑요리 닭볶음탕, 뻔한 구이와 바비큐에 질렸다면 한번쯤 시도해 보시라. 얼큰하고 진한 국물에 달큰한 닭과 감자, 그리고 후식 볶음밥까지, 생각보다 괜찮을 것이다. 겨우 만원 남짓한 재료비로도 말이다.
참고한 문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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