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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레시피/레시피

닭갈비 캠핑요리

by star dust 2020. 12. 23.

닭갈비 추천

 

뜬금없이 닭갈비를 추천당했다.. 한 친구가 해 먹어 보니 푸짐하고 맛있다며, 멀리서나마 강추란다. 그러고 보니, 이 환란의 시기에 가서 사 먹기 참 어려운 아이템이다. 춘천 명동은 고사하고, 딴 세상 맛 나는 동네 닭갈비집도 못 가고 있었다. 좀 그리웠다.

춘천닭갈비

 

친구가 추천한 건 파파쉐프 시리즈라고, 거의 밀키트 수준의, 하지만 각종 부대 재료들은 없이 고기만 재워 파는 아이템이었다. 자매품으로는 안동찜닭이나 논두렁 양념 오리 같은 것들도 있었는데, 어차피 주 관심사는 닭갈비, 종류는 춘천 양념, 춘천 숯불, 그리고 간장, 이렇게 3가지가 있더라.

 

처음엔 사실 숯불 버전이 더 땅겼다. 판매처 사진을 보니 양념된 닭고기를 숯불에 굽더라. 원래 양계장이 많던 춘천, 요선동의 한 술집에서 닭의 갈빗살을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워 팔은 것이 시초라더라. 그때 1대 값이 100원도 안 해 서민갈비라고 했다지? 원조 느낌 물씬했지만 집에서 숯불을 피워보자니 영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해서 원조 숯불은 패스, 그냥 양념과 간장 닭갈비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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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팩에는 500g씩 포장되어 있단다. 다른 친구 가족을 초대해 넷이서 먹을 요량으로 각 한 팩씩 두 팩 시켰다. 1Kg이면 4분은 더 되겠지. 주문하며 판매처에 달린 리뷰를 보니 닭갈비의 고향 춘천에서 보낸단다. 춘천, 오래된 추억들이 떠오른다. 춘천이라...

재료 준비

 

고기들이 왔다. 포장을 보니 리뷰대로 제조 판매원 주소가 춘천시 퇴계농공로였다. 춘천 맞네. 한 팩에 500g이라지만 첫 손에는, ‘어라? 좀 작다?’ 이런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리뷰를 봐도 그렇고, 원격 추천한 친구의 말도 채소와 부재료를 넣고 막상 요리해보면 셋이서도 먹을 만큼 충분하다고 하더라. 일단 믿어보자 했다.

도착한 닭갈비

 

한데... 이런 오류가! ... 양념 닭갈비에 간장 스티커가 붙어왔다. 눈을 씻고 다시 봐도 분명 새빨간데, 간장 스티커가 떡하니 뻔뻔스럽게 붙어있다. ‘절대 미리 만들어 두지 않고, 수작업으로 포를 떠, 주문한 다음날 신선하게 준비해보낸다더니, 이날 물량이 너무 많았나? 그래서 급하게 작업하다 헛갈렸나? 워낙 눈으로만 봐도 까만색 간장과 빨간색 양념이 심하게 구분되니 별 상관은 없다만...

양념 닭갈비 스티커 오류

 

부위는 모두 국내산 닭고기 어깨살 100%란다. 닭 어깨라... 닭 어깨가 뭔 살이 있던가 싶다. 아니면 여기 닭들은 어깨깨나 쓰시는 분들이신가... 찾아보니 닭봉이라 부르는 부위, 육질 부드럽고, 지방은 적고, 껍질은 투명하고, 살집이 푸짐해 볶음과 튀김 등에 다 좋단다. 뭐 진짜 닭 갈빗살 끊어가며 먹으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다리살과는 어떻게 다르려나 싶었다. 보기에는 다리살과 비슷한데...

닭고기 어깨살

 

사실 잘 재운 고기만 있으면, 닭갈비만큼 쉬운 음식도 별로 없다. 어떻게 해도 실패할 수가 없는 음식이다. 완성품의 맛도 좋다. 심지어 외국인들에게까지 추천해도 실패율 0%를 자랑하는 음식이라지? 재료도 호불호 없는 닭고기와 채소, 호모 사피엔스라면 거의 다 좋아하는 굽고 볶는 음식, 완성됐을 때 채소와 닭고기의 먹음직스러운 모습과 빛깔, 호불호가가 없을 수밖에 없다.

 

 

한데 고기를 미리 손질하고 갖은 양념 버무려 한참 재워놓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나 귀찮다. 가끔 사먹기는 좋지만 해 먹기는 꽤나 제법 상당히 귀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걸 누군가, 그것도 원조 춘천에서 다 해줬다니, 이 문명에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부재료들만 준비하면 재료 준비는 끝이다. 양배추, 당근, 감자, 느타리버섯, 밤고구마, 단호박, 떡국 떡, 대파 이렇게 보유 품목 위주로, 없는 건 저렴한 것들 위주로 준비해봤다.

재료 준비

 

깻잎 있으면 풍미가 훨씬 더 살아난다. 단호박, 감자, 밤고구마는 익는 데 오래 걸릴까 봐 전자레인지로 미리 살짝 익혔다. 그리고는 식용유만 있으면 된다. 온갖 양념 다 필요 없다. 원래 춘천 닭갈비라는 것이 재운 고기에만 양념이 들어가고 온갖 부재료는 그냥 넣어 볶으니까.

 

간장 닭갈비

 

두 집 식구 모여서 함께 볶아먹기로 했다. 이왕 오랜만에 모인 것, 캠핑 느낌 흠뻑 살려보기 위해 캠핑 그리들로 요리를 해봤다. 사실 이대로 준비해 가서 버너와 그리들로 요리하면 그대로 캠핑 요리가 된다.

캠핑 그리들 요리

 

먼저 간장 닭갈비를 해 보기로 했다. 손님 중에 아이도 있었는데, 이 녀석이 아직 매운 것 전혀 못 먹는 아기 혀 레벨이라 배려가 필요했었다. 숯불이나 팬으로도 할 수 있지만, 오늘은 캠핑 그리들 요리로 할 생각이니 약간의 변형이 필요하다. 먼저 식용유 넉넉하게 두르고 그리들을 약간 달군다.

기름 달구기

 

식용유 튀지 않게 조심해서 양배추, 당근, 감자, 단호박, 대파를 먼저 볶아준다. 가래떡 굵은 것은 이때 같이 넣어준다. 떡국 떡은 마지막에 넣어야 했다. 했다...가 과거형인 이유, 다들 아시겠지? 먼저 넣었더니 떡이 너무 익으며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익다 못해 녹아내렸다. 떡국 떡이라면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

부재료 넣기 1

 

양배추가 부드러워지고, 감자와 단호박이 약간 노릇해지면 닭고기와 느타리버섯을 추가 투입한다. 뒤적뒤적 폼 내고 뒤집어주며 볶아준다.

간장 닭고기 추가

 

간장 닭갈비를 채소 등과 함께 그리들이나 팬에 볶으니 검정색이 잘 안 나더라. 이거 좀 싱겁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 절대! 색깔 낸다고 간장을 더 넣어주면 안 된다. 고기 간이 충분해서 더 넣어주면 짜진다. 집에 짠맛 좋아하는 짜돌이와 함께 살고 있다면 볶을 때 절대 옆에 오지 못하도록 막으시라. 나는? 크흑... 못 막았다.

간장 닭갈비 뒤집기

 

잠시 뒤집으며 볶다 보면 물기가 배어 나와 끓기 시작한다. 물기가 어느 정도 졸아들을 때까지 좀 더 뒤집으며 볶아준다. 깻잎 있으면 이때 넣어준다.

물기 도는 모습

 

불고기 같은 색이 나오고 고기가 다 익었으면 불을 꺼준다. 그리고는 참기름, 통깨를 뿌려준다.

참기름 통깨 뿌리기 1

 

파파쉐프 간장 닭갈비는, ... 일단 달달한 간장 볶음 냄새가 꽤나 그럴듯했다. 맛도 달달 짭짤하니 괜찮았고, 무엇보다 맵지 않아 아기 혀도 잘 먹더라.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숯불에 구워 쌈과 같이 먹어도 아주 좋을 것 같다. 간장 향이 왠지 숯불구이를 자꾸만 떠올리게 한다. 파이어 플레이스나 그릴에 숯을 깔고 그 위에서 구우면 몇 명 쓰러트릴 수도 있겠더라.

간장 닭갈비 완성

 

양념 닭갈비

 

간장 버전을 어느 정도 먹다가 양념 닭갈비를 시작했다. + 아이 하나까지 그리들 한 판에 매달리다 보니, 역시나 양이 좀 부족하더라. 참고로 사용한 그리들은 중간 크기인 ‘M’ 사이즈였다. 혹시나 부족할까 욕심껏 넣다 보니, 이번에는 채소와 부재료를 더 많이 넣게 되었다. 조금씩 남은 양을 보니, 우리민족의 떨이 정신까지 한몫 거들었다.

부재료 넣기 2

 

조리법은 거의 동일해서, 식용유 둘러 약간 달군 뒤, 양배추, 당근, 감자, 단호박, 대파를 먼저 볶아준다. 이번에는 떡은 먼저 넣지 않았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건 바보다. 그것도 계속 그런다면, ... 요리는 적성이 아니라고 봐야겠지?

부재료 볶기

 

양배추 부드러워지고, 감자와 단호박이 노릇해진다. 간장이란 이름의 양념 닭고기를 개봉해 부어줬다. 그 위에 느타리버섯 올려주고 다시 뒤적뒤적 폼 나게 볶아준다.

양념 닭고기 추가

 

처음에는 솔직히 약간 반신반의했는데,, 몇 분 볶아주다 보니 표준 춘천 닭갈비 그대로의 색도 나오고 향도 그럴듯해지더라.

그리들 볶기

 

어느 정도 고기가 익었다면, 추가로 떡국 떡을 투입한다. 녹이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는 떡을 먹어야 한다. 반드시.

떡국 떡 추가

 

마지막으로 대파 채 썬 것을 넣고 뒤적뒤적, 그리고는 불을 끄고 참기름 뿌리고 통깨를 약간 뿌려준다. 상상하던 그대로, 표준형 춘천 닭갈비 그대로의 자세와 풍미가 나더라.

참기름 통깨 추가 2

 

춘천 양념 닭갈비 맛은, 딱 표준형 그 맛이었다. 매니악한 원조 맛이라기보다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그 맛 말이다. 간장 닭갈비 해치울 무렵에는 양이 좀 부족할까 걱정도 했지만, 양념 닭갈비까지 해보니 오히려 약간 남더라. 500g 2팩은 어른 2 + 아이 1, 4.5인이 다 먹기 어려울 만큼의 양이었다. 물론 부재료의 양, 함께 밥을 먹는지 여부, 그리고 맥주 등의 반주 양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말이다.

양념 춘천 닭갈비 완성

 

춘천의 추억

 

나는 사실 춘천이란 도시에 어떤 동경 같은 것을 좀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래전 찢어지게 가난하던 어린 시절, 밤샘 술판 속에 기억마저 가물거리는 난장판 놀이 일정을 마치고는, 다음 날 춘천역까지 한참을 걸어갔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때는 초가을 밤, 연노랑의 옛날 가로등, 그 약한 불빛마저 더 희미하게 가리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들, 그리고 그 뒤로 왠지 편안해 보이는 옛날 거리의 건물들, 그렇게 춘천은 내 기억에 남았다. 꼭 다시 와보고 싶다고. 아니, 기회가 되면 여기서 살아볼까 하고 말이다.

밤 기차역

 

물론 요즘 춘천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도시가 됐다. 하지만 춘천 밤 풍경이 옛날 그 물빛이 아니라 해도, 가끔은 춘천 가는 기차를 은근히 동경하듯, 지금은 원조 레시피에서 많이 변했다지만 춘천 닭갈비는 여전히 그 어떤 느낌을 준다. 마음 놓고 외식이라도 해보기 어려운 요즘 시절, 춘천에서 직접 만들어 보내주는 춘천 닭갈비 한 대 해보시라 추천한다.

 

참고한 문서들

 

닭갈비 - 나무위키

닭갈비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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