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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월드 뮤직

아하(A-ha)의 Take On Me

by star dust 2021. 1. 30.

추천사

 

오늘은 아하(A-ha)의 바로 그 노래, 아니 바로 그 뮤직비디오, Take on me. 뭐든 해야겠지만, 도무지 뭘 할지 모르겠던 학창 시절의 어느 주말, 배불뚝이 진공관 TV에서 세상 처음 보는 스타일의 장면들과 음악이 흘러나왔다. 억울해서라도 뭔가 해야만 되겠다는 생각마저 말아먹어 버리고, TV 속 뽀로로 앞에 넋 놓고 굳어버린 아이들처럼, 그렇게 충격받았던 바로 그 뮤직비디오다.

 

4:3 비율의 화면, CG 아닌 연필화 스타일의 만화(로토스코핑 기법),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잇는 기법의 어색함, 등장인물들 패션의 촌스러움, 모튼 하켓 춤의 어정쩡함 등, 사실 요즘 아이들의 시선으로 볼 때 이 뮤비는, 정보화시대를 여는 고대 유물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화 장인들의 솜씨, 제대로 된 화면 구성, 지금 봐도 청순한 여주와 잘나신 모튼 하켓, 거기다 결정적으로 신디사이저 음악의 클래식이 되어버린 탄탄한 음악적 구성과 표현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이미 여러 번 봤든, 아직 한 번도 못 봤든,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는 뮤직비디오라는 점 말이다.

모튼 하켓

 

가사

 

영문 가사는 저작권 문제로 옮기질 못했다. 가사는 ‘Take On My Lyrics’로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래는 나의 번역이다.

 

우린 이렇게 얘기하고 있지만,

난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무튼 말해볼게.

오늘은 너를 찾아올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일 뿐,

부끄러워지네

다음에 다시 올게, 괜찮지?

 

나를 받아줘

나와 함께 해줘

난 사라져 버릴 테니,

그저 하루 이틀 후에는

 

딱히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난 그저 별 볼일 없는 사람일 뿐이야

그래도 이렇게 비틀거리고 있지만,

삶이란 꽤 괜찮은 거란 걸 배우고 있지

내 말을 들어봐

아무것도 안 하다 후회하게 되지는 말자

 

나를 받아줘

나와 함께 해줘

난 사라져 버릴 테니,

그저 하루 이틀 후에는

 

그대가 하는 얘기들,

그건 삶일까 아니면 단지 내 걱정을 위로하는 걸까?

그대야말로 내가 기억해야 할 전부인데

수줍어하고 있네

어쨌든 또 올게

 

나를 받아줘

나와 함께 해줘

난 사라져 버릴 테니,

오늘이 지나면

나를 받아줘

나와 함께 해줘

난 사라져 버릴 테니,

오늘이 지나면

 

뒷얘기들

 

세상 고민 하나 없는 큐피드의 장난 같은 이 음악은, 사실은 온갖 쓴맛 다 보고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노력의 결과라고 한다. 폴 왁타와 마그네 푸르홀멘 두 사람은 ‘Bridges(다리들?)’란 그저 그런 밴드 생활을 함께 했는데, 이미 1981년에 ‘The Juicy Fruit Song’이라는 유아스러운 이름으로 이 노래의 오리지널을 발표했더란다. 원곡은 밍밍한 팝 음악이었고, 결과는 폭망, 그냥 묻혔단다.

폴 왁타 사보이

 

이후 모튼 하켓을 만나 아하를 결성, 셋은 다중 알바까지 뛰며 부지런히 밴드 활동을 이어갔단다. 결국 워너 브라더스라는 메이저 회사와 계약하는데 성공했고, 1984년에는 1Hunting High and Low를 발표한다. ‘즙 많은 과일 노래를 개조한 두 번째 Take on Me였다. 한데 무조건 대박이라고 믿었던 노래가 또 망한다. 두 번이나 밀었지만 두 번 다 차트에서 광탈, 워너까지 당황했더란다.

 

결국 작정하고 달려든 아하와 워너의 임직원들, 노래도 환골탈태 수준으로 고치고, 워너의 장기인 만화가를 대거 투입하는 등, ‘마개조수준의 갈아엎기 신공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이 전설의 뮤비란다. 이후 이 음악은 세계를 홀린 걸작이 된다. 한데 이걸, 될 놈들은 우주가 돕는다고 고까워해야 할까, 아니면 잘나신 분들도 이리 노력하는데라며 위로받아야 할까. ... 살짝 헛갈린다.

마그네 푸르홀맨

 

전 세계뿐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너무 강하게 후려쳐버린 부작용일까? 이제는 우리 영화로 전 세계의 키워드가 되어버린 바로 그 전설적인 해 1987, 우리나라에서는 표절 수준의 패러디 광고가 나온다. ‘일화라는 회사의 맥콜이란 음료 광고인데, 모델은 심지어 최고의 가수라던 조용필이었다. 음료의 맛과 작명 센스도 거시기 했는데(보리 차+콜라), 너무나도 유명해진 뮤비를 버젓이 표절한 광고라니, 나름 재밌다고 받아들였었다. 온갖 TV 프로에서 이 표절을 다시 패러디하던 진풍경까지 말이다.

 

한데 이 광고가 떡하니 대한민국 광고대상을 받네? ‘이건 뭐지?’했는데, 거기다 심지어 여세를 몰아 칸 국제 광고제까지 출품했더란다. 당연히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는 뒷얘기가 있었다. 대체 당시에 광고계 분들은 뭔 생각들이셨는지, 아무리 예술영화 아니고 광고라지만 말이다. 그러던 우리가 이제는 다른 나라의 우리 것 표절을 얘기하는 시대가 됐다. 참으로 격세지감이올시다.

 

크레디트

 

1Hunting High and Low에서 싱글 컷
발매일: 19841019
장르: 신스팝, 뉴 웨이브
레이블: Warner Bros.
작사/작곡: 마그네 푸르홀멘(Magne Furuholmen), 모튼 하켓(Morten Harket), 폴 왁타 사보이(Pål Waaktaar-Savoy)

참고 자료

 

아하 - 위키백과

아하 - 나무위키

Take On Me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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