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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월드 뮤직

호세 펠리치아노(José Feliciano)의 Rain, 그리고 공룡의 부성애

by star dust 2021. 1. 26.

달달한 연가에 숨겨진 딸의 반전

 

비가 온다. 내가 좋아하는...

 

봄에는 일이 많아 비가 와도 일을 해야 한다며 일비라 하고, 여름에는 비오면 낮잠 잔다고 잠비, 가을에는 가을걷이 끝내고 떡 해 먹으며 본다 해서 떡비, 그리고 겨울비는 술비라 술 마시며 본다 했던가. 빗속에 들을만한, 오래되서 더욱 달달한 연가 하나 소개하려 한다. 호세 펠리치아노(José Feliciano)의 비(Rain)라는 노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음악가 호세 펠리치아노(José Feliciano)는 우리나라가 해방되던 1945년생이다. 아직 살아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11명의 형제들 중 넷째라고 한다. 많이도 낳으셨다. 아마도 푸에르토리코도 예전 우리와 비슷했었나 보다. 선천성 녹내장을 가진 채 태어났고, 그 결과 앞을 볼 수 없었다 한다. 뭐든 셋을 뽑아 묶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3대 맹인 가수라며, 레이 찰스(Ray Charles),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그리고 호세 펠리치아노(José Feliciano)를 꼽기도 한다.

곷미남 호세 펠리치아노
한창 시절의 호세 펠리치아노 (José Feliciano)

 

젊은 시절 그는 꽤 꽃미남이었다. 요즘은 덜하지만, 예전에는 비만 오면 정말 사방에서 매일같이 들리던 노래다. 뭔가 애절한 듯하면서도 너무 슬프지는 않은, 내가 애정하는 비처럼 달달하다. 노랫말도 1절만 들어보면 궂은 상황에 연연치 않는 젊은 연인의 이야기가 풋풋하다. 하지만 소소하지만 오늘의 첫 번째 반전이 있다. 2절 가사에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The old man is snoring, went to bad, and bumped his head.
He couldn't get up in the morning.

 

문맥에 따라 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아빠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아침까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남친에게 폭 빠진 딸이 올드 가드 아빠가 비어있는 지금 만나자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그리 보면, 가사 중에는 둘이 야반도주하자는 것으로 읽히는 부분까지도 있다.

몰래 나가는 고양이

 

딸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아빠들의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받아들여야지. 아이는 세 살 이전에 평생 효도를 다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현재 그대의 곁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얻었던가? 좋았던 시절에는 다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동물들의 부성애

 

그럼 이런 달달한 연애의 끝은 뭘까? 물론 지금은 비혼 주의자도 많고 이혼하고 새로운 삶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아무래도 전형적인 귀착은 역시 결혼이 아닐까 싶다. 옛스런 말투지만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끝일까? 유경험자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삶은 그렇게 녹녹지 않다. 애를 낳았으면 돌보고 키워야 한다. 애는 엄마가 키운다는 얘기가 아직도 남아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옛날 얘기, 아빠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육아에 있어 모성뿐 아니라 부성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도 많다.

황제펭귄 수채화

 

그렇다면 부성애와 연관 지으면 어떤 동물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남극의 황제펭귄을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황제펭귄 암컷들은 결혼하고 알을 낳자마자 바로 먼바다로 몸보신 겸 아이 이유식을 구하러 떠나버린다. 이후 약 넉 달 동안은 엄마를 대신해 동네 아빠들이 알을 지킨다. 영하 50도가 넘는 눈 폭풍을 메카가 상상되는 필사의 허들링으로 이겨내고, 갓 태어난 아이에게는 넉 달 동안 먹지도 못하며 거의 남지 않은 자신의 위 속에서 펭귄 밀크라는 것을 게워내 먹인다. 정말 춥고 배고프다는 말이 딱이라고 하겠다. 목숨 건 부성애다.

황제펭귄 생활사

 

나쁜 남자? 알바보 공룡

 

그렇다면 공룡은 어떨까? 영화 속 티라노사우루스나 벨로시랩터 등을 생각해보면 포악하고 멋대로인 나쁜 남자가 연상되는가? 그러나 둘리 엄마를 생각해보라. 또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를 생각해보라. 적이나 먹이 앞에서는 흉악한 표정으로 극강의 위력을 발휘하지만, 그게 다 제 새끼 살리자고 하는 짓 아닌가. 그런데 이런 창작물들의 표현뿐 아니라, 실제로 공룡 아빠들의 부성애가 대단했었던 것 같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키티파피 공룡 뼈 화석
키타파티 공룡의 뼈 화석

 

타나 주립대학의 연구자들이 현대 조류의 조상으로 생각되는 세 종류의 2족 보행 공룡 화석들을 연구해봤단다. 이 세 종류는 트로오돈(Troodon formosus), 오비랍토스(Oviraptor philoceratops), 그리고 키티파티(Citipati osmolskae)라는 종들로, 백악기 후기에 아시아 몽골 지역과 북미 알래스카 등에서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차피 눈에도 들어오지 않을 골치 아픈 공룡 학명을 굳이 표기한 것은 좀 더 전문적으로 보이고 싶은 나의 허영심이다. 양해 바란다.

트로오돈의 상상 복원도
트로오돈의 상상 복원도

 

이들은 모두 공룡둥지와 함께 발견된 종들인데, 처음에는 이들의 부리가 뾰족해 알을 훔쳐 먹는 것으로 오해까지 받았다 한다. 역시 공룡은 포악하다는 선입견은 쉽게 가려지질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사실은 이들이 알을 지키고 있었다고 학설은 수정되었고, 오명을 벋게 된다. 죽어 저승에서라도 얼마나 억울했었을까. 아무튼 이 연구자들은 둥지 위에 앉은 채 죽은 어른 공룡들의 화석을 연구해봤다 한다. 그런데 여기서 오늘의 두 번째 반전! 엄마가 아니었다. 아빠들이었다.

오비랍토르의 상상 복원도
오비랍토르의 상상 복원도

 

이미 오래전에 죽어 뼈만 남은 공룡들의 화석만 가지고, 그들이 아빠인지 엄마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 그 해답은 뼈에 있었다. 알다시피 공룡은 알을 낳는다. 알 껍질은 뼈의 주성분인 칼슘 등의 다양한 광물질을 필요로 한다. 알을 낳아야 하는 암컷들은 평소 음식에서 이 물질들을 섭취해 속이 빈 뼈 속에 저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둥지 위에서 화석이 된 공룡들은 이런 광물질들이 풍부한 뼈가 아니었다. 수컷들이란 얘기다.

연구자들의 뼈 검사 방법론 개요
연구자들의 뼈 검사 방법론 개요

 

남아있는 미스터리

 

결국 그 공룡들은 모두 마지막까지 둥지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해 화석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들이 마지막까지 사랑했던 알들을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공룡의 후손인 황제펭귄 아빠들의 헌신이 이해가 가는 것도 같다. 그들의 부성애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본능이었나 보다.

아빠 배 밑에 황제펭귄 새끼

 

참고로 황제펭귄만 공룡의 후예가 아니듯, 부성애 또한 아빠 황제펭귄만의 덕목은 아닌 것 같다. 논문에서는, 현존하는 새들 중 90% 이상의 종들에서 아빠들이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전한다. 이에 반해 우리 사람이 속한 포유류는 5%가 채 안 되고, 새 이외 현존 파충류들은 더 적단다. 이 얘기가 부디 우리나라 남자들에게 생물학적 양육 회피 이유로 사용되지 말기를... 아무튼 앞으로는 '새대가리''새가슴'이라는 말들이 헌신적인 아빠와 동의어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빠들이 흔히 겁이 많고 속이 좁기는 하지... 이렇게 모든 것이 훈훈한 해피 엔드로 끝날 듯하지만, 여기서 마지막 세 번째 반전! 그것은 죽은 공룡들이 지켰던 둥지들이 너무 컸다는 것이다. 그 규모가 도저히 한 마리의 암컷이 낳아서 채울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여러 암컷의 알들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하렘

 

그렇다면 뭘까?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 일부일처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학자들은 일부다처제로 추측하고 있는 듯하다. 헌신적인 아빠인 줄 알고 호감도가 급상승했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 드는가? 나쁜 남자 공룡 아빠는 이 여자 저 여자 만날 때마다 항상 "내 아이를 낳아줘~"라고 했을까? 혹시, 사실은 그 반대는 아니었을까? 바보 같은 공룡 청년과 나쁜 여자 공룡들 썰 말이다. 착한 남자(=못난 남자?)를 골라 달달한 연애 후 아이만 낳고 훌쩍 떠나버린 나쁜 여자들과, 홀로 남아 심청 아빠처럼 애를 키우는 바보 같은 공룡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한 문서들

 

José Feliciano - WikiPedia

황제펭귄 - 위키백과

황제펭귄 - 나무위키

트로오돈 - 위키백과

오비랍토르 - 위키백과

키티파티 - 위키백과

Avian Paternal care Had Dinosaur Origin - Science

Dinosaur Were Dutiful Dads? - Scientific American Podca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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