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이트 스카이
북극 배경의 영화를 4D로 즐기는 방법을 찾아냈다. 비록 평생 한 번도 북극 지역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늘어진 제트 기류 장막을 따라 진짜 오리지널 북극 한파가 이 땅에 찾아왔다. 문 열고 밖에 나가 잠시나마 극한 추위에 오돌오돌 떨다가, 잽싸게 들어와 북극 배경의 영화를 보면, 온 몸으로 느끼는 4D 환경이 완성된다. 그 김에 골라봤다. 북극과 우주를 잇는 SF 영화, 넷플릭스의 미드나이트 스카이.
이유는 또 있다. 나는 주기적으로 SF를 보충해줘야 되는 체질이다. 한데 요즘 대유행 속에서 새로 발표된 영화가 거의 없었다. 거기다 최근 몇 년간 마블의 득세 속에서 제대로 된 정통 SF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또한 미드나이트 스카이를 보게 됐다. 거기다 더 실감 날 수 있도록 4D 환경까지 조성되었으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시놉시스
미드나이트 스카이, 이 영화는 2020년 12월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SF 영화다. 넷플릭스의 썸네일이나 광고 카피는 대개 좀 경박스러운 편인데, 이 영화의 그것들은 꽤나 진중했다. 마치 ‘난 정통 SF’라는 듯. 공개 된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다.
들리는가?
북극에 혼자 남은 천문학자 오거스틴.
그는 지구로 귀환 중인 우주 비행사들과 교신하려 애쓴다.
그들에게 알려야 한다.
인류의 미래는 이제 지구에 없다고.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릴리 브룩스 돌턴이 2016년에 발표한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Good Morning, Midnight)를 원작으로 각본은 마크 L. 스미스가, 감독과 원톱 주연은 조지 클루니가 맡았다. 그 외 주요 출연자들은 펄리시티 존스, 데이비드 오옐러워, 카일 첸들러 등등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아마도 키얼린 스프링올(또는 킬린 스프링올)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다. 장담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장르는 도서 원작의 SF & 판타지로 되어있다. 굳이 친절하게 넷플릭스의 장르 구분을 정정해 주자면, 정통 SF 드라마다. 과학적 추론에 기반을 둔 ‘찐’ 정통 SF다. 물론 그 추론이라는 것들도 물어뜯을 수는 있지만...
간단 줄거리
영화에선 무슨 일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어떤 사건(The Event)으로 인류가 멸망하게 된다. 아니, 아예 지구 생태계가 멸망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그 사건이 있은 지 3주 후(2049년 2월), 북극권의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은 노년의 천문학자 오거스틴 로프트하우스(조지 클루니)의 쓸쓸한 뒷모습과, 황량하게 비어있는 설원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그는 말기 환자로 수혈 없이는 1주일도 버티지 못하는 상태였다.
방사능 경보(대기오염 멸망설은 틀렸다)가 시시각각 바르보 천문대 근처까지 몰려오던 어느 날, 주방에서 원인 미상 화재가 발생한다. 급히 불을 끄고는 털썩 주저 앉은 오거스틴, 그의 앞 조리대 아래에 신비로운 소녀 하나가 마법처럼 나타났다. 말 한마디 없는 소녀, 이름을 물어보니 그저 붓꽃을 그려 보여준다. 자신은 붓꽃의 라틴어 이름, 아이리스라고 하는 듯.
한편, 아직 탐사중인 우주선을 찾아보는 오거스틴, 모두 정리되고 에테르호만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K-23이라는 목성의 위성 탐사선으로, 이 위성은 오거스틴이 젊은 시절 탐사를 제안했던 천체였다. 영화는 젊은 오거스틴의 주장대로, K-23에 생명이 존재하며 인류가 생존 가능한 천체임을 암시한다.
지구에서의 대재앙을 모르는 에테르호의 승무원들, 2년간의 성공적 탐사를 마치고 희망에 부푼 채 지구로의 귀환 길에 오른다. 그러나 지구의 모든 관제센터들이 응답하질 않는다. 너무나도 불안한 고요.
오거스틴은 지구의 현 상황을 에테르호에 알리려 하지만, 바르보 천문대의 안테나는 너무 약하다. 더 북쪽의 하젠 호수 근처 기상 관측소에 더 강한 안테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오거스틴, 신비한 소녀 아이리스와 함께 극한 기상 속에서 험난하고 먼 길을 떠나게 된다.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며 북극의 눈 폭풍을 뚫고 기상관측소를 찾아가는 오거스틴, 아이리스는 그 모든 위기 속에서 결국 그의 곁을 지킨다. 할아버지도 죽을 것 같은 그 모든 위기 속에서 상처 하나 없이...
에테르호의 승무원들도 경로 이탈 사고를 겪고, 매핑되지 않은 공간에서 천체 잔해들과의 충돌 사고로 통신 안테나와 레이다가 망가지기도 하며, 우주 유영으로 장비를 고치다 대원 마야(터퍼니 분)를 잃는 사고까지 당한다.
오거스틴과 에테르호, 양쪽 다 죽음을 넘어선 노력 끝에 통신 재개되는 순간, 에테르호의 남은 승무원들은 인공위성의 망원경 신호를 통해 지구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지구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리고 신비한 소녀 아이리스는 누구일까? 또한 에테르호의 우주 비행사들은 오거스틴과 만나게 될까?
아름답지만 처지는
미드나이트 스카이, 영화는 진중하면서도 아름답다. 군데군데 디즈니의 영향처럼 보이는, 과하게 귀엽고 뽀샤시한 장면들 소수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한데 문제는 느리고 처진다는 것이다.
K-23의 경관은 프로메테우스를, 천체 파편과의 충돌은 그래비티를, 인류 멸망과 지구의 모습은 인터스텔라를, 전체적인 톤은 컨텍트(2017)를 섞어 놓은 듯한, 어디서 자꾸 본 듯한 전개도 문제다.
소소한 반전들도, 영화를 졸면서 보지만 않았다면 중간쯤부터는 이미 충분히 짐작이 간다. 비슷한 북극 배경의 영화로, 매즈 미캘슨의 아틱(Arctic, 2019)이 차라리 더 공상과학(SF)적이고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이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를 다 본 후, 가장 기억에 남은 이미지는 어린 아이리스 역의 키얼린 스프링올(Caoilinn Springall)의 눈빛이었다. 고글 아래로 8자(八) 입을 한 채 물끄러미 바라보는 그 시선, 뭔가 세상 다 산 듯한, 또는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하지만 또 한편 연약한 꼬마 여자 아이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키얼린 스프링올, 미드나이트 스카이가 데뷔 무대였단다. 한데, 난 이 꼬마를 보며 자꾸만 이상하게도 카메론 디아즈가 떠올랐다. 물론 그녀에게도 딸은 있다지만, 디아즈의 딸은 2020년생이니 절대 아니겠지만.
그래서 평점은?
평점을 어떻게 줄지 사실 고민 좀 된다. 하지만 과감하게, 5점 만점에 2점 주련다. 영화는 별로 잘못한 것 없이 잘 찍었고, 비추천 등급인 2점 주기는 꽤나 미안하다. 대충 2.8점쯤 되는, 하지만 결코 추천 등급인 3점까지는 못 주겠는, 그런 심정이다. 진중하고, 영상미 있고, 드라마도 되는데, 이상하게 처지고 재미가 없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비록 비추천 등급이지만, 정통 SF에 너무나도 목마른 사람, 이 시국에 북극 배경의 영화를 4D 환경에서 보고 싶은 사람, 예술 영화나 드라마 장르의 영화라면 일단 평점 9점에서 시작하는 사람 등은 괜찮을 듯도 하다. 하지만 보통은 재미없어할 것이다. 특히나 마블식의 블록버스터 판타지를 SF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피하시라. 최악의 궁합이 될 것이다.
참고한 문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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