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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영화

승리호 온사이드 썰과 평점

by star dust 2021. 2. 10.

넷플릭스 승리호

 

이번에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보다 더 한, 극장 개봉을 아예 포기하고 넷플릭스로 직행해버린 승리호를 골라봤다.

승리호 포스터

 

한데 사실은, 이번에도 영화 차인표 때의 경우처럼 내가 직접 고른 것은 아니다. SF 계열, 특히 판타지 SF 계열의 영화라면 믿고 거르던 동거인께서 고르셨다. 그만큼 승리호라는 이 영화, 드라마적 요소도 많아 보인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라는 허세 가득한 광고에도 불구하고, 그냥 우왕부왕한 SF 판타지는 아닐 듯한 이미지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말이다.

 

 

시놉시스

 

넷플릭스 승리호는 영화 늑대소년(2012)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의 조성희 감독과 모칸(윤승민, 유강서애) 각본에,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박예린, 그리고 리처드 크리스핀 아미티지 등이 출연했다. 영화의 촬영은 2019년 다 마쳤으나, 그놈의 대유행으로 2020년 두 번 연기 끝에 넷플릭스로 직행, 202125일 공개됐다. 스포 뺀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넷플릭스 승리호

 

2092, 지구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극소수의 사람들은 초국적이자 초법적 기업 UTS(UTopia above the Sky, 하늘 위의 유토피아)에서 만든 지구 위성 궤도의 인공 도시에서 신도시 부자들 같은 생활을 이어가며, 테라포밍 완료 후 살기 좋아진 화성으로의 이주를 기다리고 있다. 그 외 대다수의 사람들은 황폐한 지구에서, 또는 우주 노동자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망한 지구의 63빌딩

 

UTS 기동대의 전설적 캡틴 출신 조종사 김태호(송중기), 나이도 제일 어린 게 의뭉스럽고 제일 똑똑한 데다 싸움도 막장인 장 선장(김태리), 지구 최대의 마약 폭력 조직의 전 보스였던 기관사 타이거 박(진선규), 그리고 어디서 업어왔는지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일은 제대로 하는 안드로이드 업동이(유해진), 이렇게 넷은 끝판 성능으로 마개조 된 승리호라는 우주 쓰레기차를 몰며, 총알보다 빠른 우주 쓰레기를 강탈하듯 수거하는 막장 팀워크의 한 배 식구들이다.

승리호 등장

 

미칠 듯 돈이 급한 4인조는 어느 날 강탈 수거한 쓰레기 우주선에서 웬 아이를 발견한다. 이 꼬마는 UTS가 지목한 테러리스트 검은 여우단이 UTS에서 빼돌린 수소폭탄 내재 안드로이드 도로시란다. 처음에는 수소탄이란 얘기에 잔뜩 겁먹었던 승리호의 네 선원, 곧 김태호의 잔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넷은 도로시를 검은 여우단에 넘겨 큰돈을 벌어보자 작당 모의한다. 도로시가 가지고 있던 사설 위성 스마트폰에 남겨 있는 강현우라는 이름의 인물을 검은 여우단으로 짐작한 4인조, 그에게 연락을 취한다.

신난 승리호 4인조

 

한데, 안 되는 팔자는 뭘 해도 안 되는 건지, 강현우와 접선은 매복해있던 UTS 기동대 때문에 실패하고, 그나마 남은 재산 승리호는 빚 때문에 은행에 압류된다. 수소폭탄 안드로이드는 이상하게 정이 가고, 얘를 넘기려는 얄팍함에는 자꾸만 망설임이 생긴다. 거기다 안드로이드 주제에 자꾸만 재채기하지, 웬 방구는 그렇게 뀌어대는지, 그리고 화장실은 또 왜 그리 자주 가는지, 얘 정말 수소폭탄 맞냐?

하품하는 도로시

 

한국 SF의 고질병

 

넷플릭스에서의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승리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보인다. 용가리와 디워에서 정점을 보였던 외국인 출연자들의 학예회 연기 문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의 신파극 첨가 문제 등 한국 SF의 고질병이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다는 반대파들의 신랄한 비평이 있더라. 한데 내 생각에 신파극 문제는 보는 사람들의 취향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런 얘기가 정말 손발 오그라들지만, 사실 현재 우리 영화의 가장 큰 차별성과 강점은 신파의 현대화, 국제화가 아니었을까? 한국 특유의 정서와 스토리라인 말이다.

5인조의 단란한 한 때

 

승리호에 대한 또 다른 비판으로는 독창성이 1도 없다는 것이다. 죄다 어디서 본 듯한 설정을 가지고 왔고, 심지어 나무위키는 우주 청소차는 그래도 독창적이라 했지만, 사실 1950~60년대 흔한 SF 설정이 우주의 보따리장수, 밀수, 청소 트럭 같은 것들이었다.

우주 작업 장면

 

하지만 내가 보기에 독창성과 관련해 더 큰 문제는 주요 캐릭터들에서 일본 애니 카우보이 비밥의 냄새가 너무 난다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구체적 장치들이 아니라 전반적인 느낌이 그렇다. 이건 마치 비트, 멜로디 다 다르지만 코드 화성이 같은 노래처럼, 승리호의 4인조와 도로시가 비밥을 해도, 반대로 스파이크, 제트, 페이, 에드, 그리고 아인 다섯이 승리호를 해도 제 옷처럼 어울려 보인다. 그러니 괜히 나서서, 승리호 최고다 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비밥호 승무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 비밥과 비슷하되 뭔가 살짝 다른 느낌이라는 것은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다. 캐릭터 분명하고, 상생 좋고, 표절 아니라 오마주 정도로만 보인다면 장점이 많다.

지명수배 3인

 

혹자는 승리호의 CG, VFX 만 최고라고도 하더라. 하지만 나는 연출력이라 하겠다. 컴퓨터 그래픽도 시각 효과도 사실 다 연출이다. 목표가 분명해야 결과가 나온다. 다시 한 번, 디워를 생각해 보라. 기술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연출이 문제였는지.

나노로봇을 조종하는 도로시

 

시나리오의 개연성이나 캐릭터 유지 문제도 나는 좋았다고 본다. 악당이 너무 이상하고 약하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신처럼 방송하는 설리반

 

하지만 UTS의 막장 독재자 제임스 설리반(리처드 크리스핀 아미티지), 그는 2092년 현재 152, 1940년대 초반생이다. 2차 세계대전 끝물에 태어나 온갖 고난(어쩌면 홀로코스트까지)을 겪고, 오직 사람을 청소하는 것을 목표로 152년을 살아오며, 지구 최대의 부자가 된 악당이다. 그런 그의 청소 집착을 이해한다면, 스토리와 캐릭터의 개연성이 이해가 갈 수 있을 것이다.

핏줄 선 설리반

 

거기다 내가 승리호를 좋게 평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나노로봇을 본격적으로 다뤄보려 시도한 SF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간 인공지능을 다룬 SF는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나노기술을 다룬 시도는 그리 많지가 않았었다. 비록 너무 좋은 쪽으로만 흘렀다는 문제는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나노로봇이 진짜 생명체와 융합돼 좋은 결과를 내면 어떨까 하는 시도 자체는 신선했다.

나노로봇이 구한 승리호

 

그 외에도 부수적이지만, 온갖 국적의 말이 난무하는 우주, 성 정체성 자체가 스포인 안드로이드 등등은, 아예 독창적이라곤 못하겠지만, 여기저기서 끌어다 써도 참 잘 끌어다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영화 속 승리호의 직종처럼 말이다.

변한 업동이 언니

 

그래서 평점은?

 

이번에는 큰 고민 없이 5점 만점에 4점 준다. 인터넷에서는 호불호가 갈린 듯 보이지만, 나라면 호불호 거의 없는 추천 등급이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넷플릭스 순위를 보니 전 세계에서 비교적 고르게 호평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약간 과장하자면, 내 생각에 최근 몇 년간 나온 SF 블록버스터 중(마블과 DC의 판타지도 포함해서) 최상급이라고 본다.

업동이 전투 장면

 

호불호 없이 좋아할 것 같다는 4점을 주긴 했는데, 그래도 떳떳하게 이 영화 좋다고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법 있을 것 같긴 하다. 우선 심하게 보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외국 연기자들, 그리고 우왕부왕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라는 점 등, 승리호를 그냥 칭찬하기에는 발목을 잡는 결함들이 꽤나 깊게 패어있다. 보통 이 정도 수준의 영화라면 그런 결점들을 안 보이게 잘 지우던데,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그렇질 못하다. 마치 최강의 아마추어가 만든 듯 말이다.

지구 위의 승리호

 

참고한 문서들

 

승리호 - 나무위키

승리호 - 위키백과

승리호 - 다음영화

승리호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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