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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리뷰와 평점

by star dust 2021. 2. 7.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넷플릭스에서

 

대유행으로 여전히 영화관 가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요즘 영화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등)로 쉽게 풀리는 것 같고, 덕분에(?) 아이러니하게도 예전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시간에 비용에 본전 생각에, 심사숙고에 재고를 거쳐 영화를 선택했는데, 종량제 넷플릭스로 보다보니 어지간하면 그냥 본다. 몇 편을 보든 월 사용료는 같고, 보다 재미없으면 언제든 끌 수 있으니 말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 1

 

그런 넷플릭스에서 한국 순위 1위라며 심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추천하기에 봤다. 뭔가 경쾌한 호흡에 유쾌한 영화이리라 짐작하면서.

 

 

시놉시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홍수영과 손미 각본, 이종필 감독에 고아성, 이솜, 박혜수 등이 출연했다. 20201021일 극장에서 개봉했고, 이 어려운 시국에도 2020121일 기준 155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단다. 2021127일부터는 넷플릭스에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볼 수 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넷플릭스

 

최대한 스포를 자제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때는 1995, 상고를 졸업한 후 바로 삼진그룹이라는 대기업에 입사해 어느덧 8년 차에 이른 재주꾼 오지랖 이자영(고아성), 어느 날 사이코 같은 회장 아들의 짐을 정리해주러 옥주 공장에 간다. 짐 정리 후 우연히 폐수 방류와 물고기들의 떼죽음을 목격한 자영, 대졸 후배 대리를 달래서 이 사건을 보고한다.

하천 물고기 떼죽음

 

관련 조사가 진행되고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는 듯 보였던 폐수 유출 사건, 한데 뒤끝이 영 이상하다. 소소한 금액에 합의해 준 주민들에게는 이상한 병이 생기고, 수질 평가 결과는 조작됐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대규모 폐수 유출 사건이 터진다. 분노한 시민들이 항의하고, 검찰 조사가 들어오고, 회사는 난리가 났다.

삼진그룹에 항의하는 시민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자영, 양심상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녀와 친구 둘, 싸가지 추리소설 마니아 유나(이솜),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재능을 가짜 영수증 메꿈으로 낭비 중인 심보람(박혜수), 셋은 비밀 잠입에 내부고발까지 불사하며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게 된다.

상무 방에 잠입한 자영과 보람

 

과연 사건의 원흉은 누구이고 어디까지 관련된 걸까? 커터칼과 골프채를 든 사이코 상무? 일 잘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부장과 과장? 똑똑한 글로벌 리더 사장? 그것도 아니면 최종 보스 회장?

돼지머리 들고 있는 외국인 삼총사

 

경쾌한 90s 그루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복고풍 영화다. 시대적 배경은 IMF 터지기 직전, 모든 것이 이대로 잘 나갈 줄 알았던 90년대다. 일단 영화는 나름 그때 그 시절을 잘 살린 편이다.

옛날 테트리스

 

거기다 경쾌하고 유쾌하다. 심지어 고졸 사원에 대한 학력 차별, 여직원들에 대한 직장 내 성차별, 꼰대 중심의 답답한 아재 문화까지도 그루브를 타듯 리듬감 있게 넘어간다.

사원 체조

 

특히 그 시절 복식과 문화에 대해 칭찬이 많은 것 같다. 영화 써니에 비기기도 한다. 하지만 나도 나름 연식이 있어 그 시절을 그 장면들 속에서 살아왔는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90년대라기 보다는 80년대 말의 냄새가 더 강하다. 전반적으로는 90넌대에 비해 더 촌스럽고, 예쁜 그림이 필요한 몇 가지들에서는 2000년대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뭐, 가장 중요한 것은 복고풍 분위기와 경쾌한 속도감이니까, 일단 여기까진 좋다고 해야겠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포스터 2

 

두산페놀방류사건을 해피 난쏘공으로

 

삼진그룹 영여토익반은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수돗물을 끓여 보리차를 먹던 세대라면 쉽게 알 수 있는데 두산전자의 페놀 방류 사건이다. ‘유출이 아니라 방류. 삼진 아니고 두산전자에서 1991314일과 422일 두 차례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에 페놀을 유출시켰고 이후 대구부터 부산까지 영남지역 천만 주민들의 식수가 오염되었던 사건이 있었다. 처음에는 실수로 인한 유출이라 했지만, 결국 고의적인 방류였으며, 그 외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장 폐수로 병 걸린 개

 

사태를 키운 요소들은 다양했는데, 정화비용 아끼자고 새벽과 비 오는 날에 몰래 방류했던 두산전자, 원인도 모른 채 그냥 염소로 소독해 클로로페놀을 대량 생산했던 정수장, 사건 경위와 파급 효과도 잘 모른 채 그냥 모른다, 인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무마시키려 했던 대구시와 환경부 공무원 등,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공장 폐수로 병 걸린 사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련 책임자들은 모두 우리나라 자본과 우리나라 공무원들이었다는 것이다. 외국인이나 글로벌 자본이 아니라 말이다. 한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걸 상당히 가볍게 비튼다. 2000년대 론스타 사건의 이미지를 씌우고, 모든 악은 글로벌 자본에서 출발했으며, 우직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걸 막으려 결집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옥상에서 담배 받은 유나

 

마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더 밝게 표백한 느낌으로 판타지 해피엔딩이 되어 버렸다. 원작 동화의 톡 쏘는 부분들을 다 거세하고 해필리 에버 에프터를 외치는 디즈니스럽다.

돼지 머리를 든 외국인 사장

 

하지만 덕분에(?)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경쾌하고 유쾌해졌다. 하긴 뭐, ‘바탕이나 기반이 아니라 실화를 모티브로 한이라니까.

 

그래서 평점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경쾌하고 유쾌하지만 자칫 과도한 밝음에 기분 상할 수 있는 이 영화의 평점은 3(5점 만점) 주련다. 추천 등급이지만,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너무 쉽게 풀어가는 것에 화가 나는 사람, 자기 지역의 환경 문제로 큰 고통을 받았던 사람, 또는 기업 내부의 부당함에 저항했다가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혹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며 맘 상할 수도 있겠다.

빗속 다방 앞 만남

 

하지만, 그런 세상 구김을 잘 모르는 사람, 또는 알거나 겪었지만 이젠 거의 다 잊은 사람, 또는 도무지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영화판 속에서라도 가볍고 유쾌하게 정리해 위안을 주려했다고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결말

 

참고한 문서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나무위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위키백과

페놀 - 위키백과

페놀 - 나무위키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나무위키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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