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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레시피/리뷰

멍게 이야기 - 생태, 제철, 효능, 요리 등

by star dust 2021. 2. 19.

멍게

 

맛도 맛이지만 기괴한 생김새로 더 유명한 멍게, 그 외모답게 먹는 곳도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 프랑스, 칠레 정도밖에는 없단다. 멍게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 특유의 풍미는 바다의 풍미라 하고 싶다. 하지만 멍게 못 먹는 서양의 한 저널리스트(닉 토시스)아이오딘, 혹은 암모니아에 담긴 고무의 맛을 닮았다’고도 했단다.

초장 찍은 멍게

 

이렇게 독특한 풍미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 그래도 한 번 멍게의 쌉쌀하면서 짭조름한 맛에 길들여지면, 가끔씩은 멍게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이 당긴다. ~... ~

 

 

멍게 생태와 제철

 

멍게 또는 다른 이름으로 우렁쉥이(Halocynthia roretzi), 영어 이름은 sea squirt(바닷물총) 또는 sea pineapple(바다 파인애플)이다. 납득이 된다. 멍게는 척삭동물문 멍게과의 동물이다. 절대로 식물 아니다.

Halocynthia roretzi

 

예전에는 우렁쉥이가 표준 이름이었는데, 경상도 지역(정확히는 부산 등 경남 동부 해안)의 방언인 멍게가 더 널리 쓰이게 되면서 둘 다 표준어가 됐다. 한데 사실은 우렁쉥이도 고성 등의 경남 서부 지역에서 쓰던 말이라 하기도 하더라.

멍게 접시에 숟가락

 

어린 멍게는 올챙이 같은 형태로 헤엄치며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다가, 다 크면 변태를 해 식물처럼 살아간다. 유생에는 안점(원시적인 눈), 후각계, , 근육, 지느러미, 신경, 척삭(원시적인 형태의 척추) 등 제법 고등한 운동 기관들을 가지는데, 다 큰 멍게는 이것들을 다 스스로 소화해버린단다. 자기 몸을 소화해? ! 스럽다.

멍게 프랙탈

 

아무튼 성체 멍게는 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바닷물을 빨아들여 플랑크톤만 걸러먹고 배출해가며 느긋한 여생을 보낸단다. 수명은 대략 수명은 5~6년이란다. 이걸 보고 대니얼 데닛이란 철학자는 종신 재직권 받은 교수같다고 했다고. 이렇게 생긴 것뿐 아니라, 생태까지도 괴상해서 식도락가 아닌 생물학자들도 좋아하는 연구 대상이란다. 덕분에 게놈 지도가 7번째로 완성된 생물이 되셨단다.

물 빨아들이는 멍게

 

느긋하신 멍게는 그 흔한 구애 활동조차 필요 없는 암수한몸인데, 가을부터 봄철이 번식기이자 산란기이다. 이상하게 멍게 하면 겨울 또는 이른 봄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때에는 식감이 물러지고 맛도 떨어져 제 맛이 아니란다. 멍게 제철은 5월에서 8월 사이로, 이 시기에는 감칠맛을 내는 글리코겐이 겨울철에 비해 7배나 더 있단다. 하지만 요즘이야 양식 멍게가 더 많고, 양식의 경우 4계절 다 먹을 수 있는 데다 주 출하 시기는 봄이란다.

멍게 포장 봉지

 

멍게 사촌들

 

우리나라 멍게는 총 5속 16종이 있는데, 이중 흔히 먹는 것은 3종이 대표적이다. 그 첫 번째가 멍게, 또는 참멍게다. 이 녀석이 바로 울퉁불퉁 못생겨도 맛은 좋아 그 대표 멍게다. 홍시 같은 주황색 속살이 특징인 녀석이다.

멍게 회 한 점

 

두 번째는 붉은멍게, 또는 홍멍게, 또는 비단멍게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대표 멍게보다 더 새빨갛다. 외피는 매끈하고 얇은 편인데, 속살까지 빨갛고, 쌉쌀한 맛은 적은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은 끈멍게로 돌처럼 생겼다고 돌멍게 또는 거북등안멍게라고도 부르는 녀석이다. 멍게 특유의 붉은색이 아닌 돌 같은 황갈색 외피가 참멍게와는 다르게 울퉁불퉁하다. 껍질은 두껍고, 속살은 부드럽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데, 양식이 안 돼 전량 자연산이란다. 해서 이름과는 달리 제일 비싼 녀석이다.

돌멍게

 

자연산과 양식

 

의외로 멍게는 주로 해안 지역에서만 먹는 음식이었단다. 한데 한국 전쟁 이후 전국적으로 먹게 됐고, 그 바람에 한 때는 남획으로 절멸될 뻔했었다고. 다행히 양식이 쉬운 편이라 그 이후 멍게 양식이 성행하게 됐단다.

수산시장 멍게

 

멍게 양식은 산란기인 겨울철에 바다에 줄기를 내려, 어린 멍게를 부착시켜 키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단다. 그냥 바닷물 속에 붙여 둘 뿐, 사람이 먹이를 주거나 환경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산과 큰 차이는 없다.

바위에 붙은 멍게

 

다만 자연산과 양식 멍게는 겉모습이 좀 다르다. 양식 멍게는 많은 개체들을 긴 줄에 붙여 키우니, 상대적으로 더 좁은 공간 때문에 옆으로 뚱뚱해지기보다는 위로 길쭉하게 자라게 된다. 또한 껍질도 자연산 멍게가 더 두껍고, 더 울퉁불퉁하고, 색도 더 검붉은색이 된다.

멍게 더미 2

 

하지만 기본적인 생육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자연산과 양식 멍게의 맛은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자연산이나 아니냐 보다는, 출하 시기가 제철인지 아닌지에 따라 맛이 갈린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 정도 구분하려면, 정말 멍게를 많이 먹어봐야 하지, 아주 가끔씩 찔끔 먹어봐서야 영...

멍게 뜨는 숟가락

 

멍게 고르기와 손질법

 

좋은 멍게는 외피의 붉은 색이 진하고 돌기가 선명하며 단단한 녀석들이다. 잡아 놓은 멍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말라가며 길쭉해지므로, 외피가 마르지 않고 통통한 것이 좋다.

멍게 더미 1

 

또한 지나치게 향이 강한 것은 좋지 않다. 멍게 향은 신티올이라는 불포화 알코올 성분이 원인인데, 신선할 때는 은은한 향기를 내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 비리고 강한 냄새를 내기 때문이다.

멍게 회 한 젓가락

 

멍게 손질법은 간단하다. 멍게는 조개와는 달리 해감은 필요 없다. 그저 깨끗이 씻은 뒤 바로 손질해 먹으면 된다. 먼저 멍게의 뿔 부분을 잘라내고 눌러 물을 빼준다. 밑동 부분도 잘라낸다. 다음으로 칼이나 가위로 몸체를 가른다. 그러고는 속살을 떼어내 펼친다. 마지막으로 한쪽 살에 있는 검은 녹색의 뻘과 내장을 손으로 쭉 짜주거나, 칼로 제거해주면 끝이다.

멍게 손질

 

이 상태에서 찬물에 한 번 더 살짝만 헹궈주면 좀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자연산 멍게의 경우는 씻지 않는 것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아주 살짝만 씻는다면 개인의 취향이라 하고 싶다. 혹시나 남은 멍게는 소분해 냉동한다. 이러면 시간이 지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멍게 밀폐용기

 

하지만 아무래도 손질이 겁난다거나, 어떻게 할지 모르겠거나, 혹은 도저히 귀찮다면, 요즘은 살아있는 멍게를 바로 손질해 보내는 곳도 있으니, 간편하게 그쪽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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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 요리

 

멍게 요리의 대표는 회다. 속살을 초장에 찍어 먹는데, 소주와의 궁합이 특히 일품이다. 입맛 없을 때 멍게 비빔밥은 완전 별미다. 고슬고슬한 밥에 남은 채소 맘대로 넣고 초장 또는 고추장에 참기름으로 비벼주면, 없던 입맛은 그야말로 아득한 과거가 돼 버린다.

멍게 회 한 접시

 

입맛 소생술로는 멍게젓도 있다. 굵은소금으로 물기를 빼고,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으로 무쳐내면 끝이다. 멍게젓은 다른 젓갈과는 달리, 별다른 숙성과정 없이 무쳐서 바로 먹는 것이 특징이다. 아예 멍게젓에 밥을 비벼 멍게젓 비빔밥으로도 먹을 수 있다. 멍게젓 비빔밥은 거제도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김가루, 깨소금, 참기름을 넣는 것이 포인트라고 한다.

멍게 비빔밥

 

멍게 효능과 부작용

 

멍게는 해삼, 해파리와 함께 지방질이 거의 없는 3대 저칼로리 해산물이란다. 지방질이 거의 없고 단백질의 함량이 높으며,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다이어트뿐 아니라 노화 방지와 피로회복 등에도 좋단다. 또한 멍게에 많은 EPA, 타우린, 콘드로이틴 등은 성인병 예방과 피부 노화 방지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상추 위 멍게

 

부작용까지는 아니지만, 멍게는 혈액에 아주 많은 바나듐을 축적하기 때문에, 멍게를 장기간 먹으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바나듐의 인체 내 기작과 영향은 밝혀지지 않아, 정확히 무엇이 문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잘 모르니 조심할 필요는 있지 않겠냐는 얘긴데, 사실 이런 식으로 잘 모르니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하는 물질들은 꽤나 많다.

멍게 회 장식

 

멍게 뒷담화

 

멍게 뒷담화로, 여드름 많고 피부 안 좋은 사람을 멍게 같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멍게 활용 표현으로는,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이 있다. 요즘은 이런 말 하는 경우가 거의 없겠지만, 예전에는 로코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자주 썼던 표현들 중 하나다. 그냥 라임 때문인지, 멍게 어감이 그래서인지, 또는 멍게는 뇌가 없다는 생물학적 통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이 대사를 빠르게 쏘아대던 그녀들도 참 귀여웠었고 말이다.

바다의 파인애플

 

참고한 문서들

 

멍게 나무위키

멍게 - 위키백과

멍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멍게3종 비교 네이버 블로그

멍게(우렁쉥이), 달큰하면서도 씁쓸한 여운이 매력! - 네이버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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