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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레시피/리뷰

감바스 알 아히요에는 큰 새우

by star dust 2021. 2. 13.

감바스는 큰 새우

 

아주 가끔은, 뜬금없이 감바스 알 아히요(새우와 마늘이라는 뜻) 같은 딴 세상 요리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사 먹는 감바스도 있지만, 요즘 같이 내 돈 내고도 외식하기 미안한 세상에선 해 먹어도 된다. 사실상 라면 수준의 요리니까.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감바스는 남이 사주는 감바스... 나만 그런가?

감바스 알 아히요

 

아무튼, 감바스 알 아히요란 그냥 새우와 마늘을 올리브기름에 끓이기만 하면 되는, 비주얼이나 이름과는 달리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다. 새우는 살집이 있는 새우는 다 괜찮은데, 그래도 새우 씹는 맛을 보려면 중 새우 이상을 쓰는 것이 좋다. 큰 새우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덩치 큰 새우는 워낙 비싸서... 뜬금없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고, 정말 큰맘 오래 먹어야 된다.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

 

랍스터 새우

 

한데, 만약 큰 새우가 가격도 그럭저럭 견딜만한 수준이라면 어떨까? 당연히 그럼 큰 새우 쪽으로 손이 가지 않을까? 적어도 두세 번에 한 번씩은 말이다. 그런 새우가 있었다. 일명 코스트코 새우 또는 두절 새우라고도 불리는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가 바로 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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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붉은 새우의 정식 이름은 랑고스티노, 라틴스러운 이름이다. 원산지는 남미 아르헨티나 앞바다로, 남극에 가까운 차가운 물에서 사는 자연산 새우 중 하나란다.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우리나라에서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로 불리는 이유는, 다른 새우들과는 틀리게 익히기 전부터 빨갛기 때문이다. 보통 새우는 익히기 전에는 회색이나 검은색을 띠다가, 익으면서 빨개지는데, 얘들은 그냥 빨갛다. 새우깡 모델 같다.

두절 새우 도마 위에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의 또 다른 특징은 사이즈가 크다는 것이다. 이것은 랍스터인가, 새우인가 수준에 가깝다. 머리 떼고, 굽은 채로도 대충 모나미 네임펜과 동급이다.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와 네임펜 크기 비교

 

어른 손에 올려보면 머리 없이도 두 마리에 한 가득이다. 물론 보통 성인 여자 어른의 경우다. 거인 손 가진 남자라면 이보다는 좀 작겠다.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 손바닥 위에

 

이리 붉고 큰 새우가 익혀도 퍽퍽하질 않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맛도 깔끔한 게 랍스터나 게와 비슷한 풍미가 있다. 그래서 별명도 랍스터 새우란다.

 

 

깔끔한 냉동 두절 새우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 처음 배송되면 이렇게 냉동 포장되서 온다. 그렇다. 정확히 지구 반대쪽에서 오는데 생물일 리가 없다. 냉동 새우다.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 냉동 포장

 

포장을 풀어보면 이렇게 새우가 한 마리씩 손질되고 냉동돼서 들어있다. 크기가 큰데 다 뭉쳐 얼어있으면 불편하다. 한 번 녹여서 분리해 다시 냉동해야 하는데, 새우라는 것이 그렇게 해동했다 냉동했다 하면 좋질 않다. 한 팩은 900g 들이고, 대충 30~40마리쯤 들어있다.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 포장 팩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를 먹을 만큼 듬~뿍 꺼내봤다. 속살은 뽀얗고, 껍질은 그냥 붉다기보다는 붉은 대리석 같다. 그리고 가만~히 오래 보면 좀 무서운데, 다들 머리가 없다. 슬리피 할로우나 둘라한 아니고, 그래서 두절(頭絶) 새우, ... 생각해보니 두절이 더 무섭네.

냉동 두절 새우

 

해동시키고 보면 단단해 보이는 붉은 껍질의 등 쪽이 갈라져있다. 양손으로 잡고는 뽀자작~하며 쉽게(easy) 벗겨 낼(peel) 수 있다. 그래서 이지필이다. 새우 잡이 이지필 선생 드립은 난 안 할란다. 아무튼 이렇게 머리 떼고, 다리 정리하고, 내장과 물주머니 등도 다 손질되어 있고, 껍질도 쉽게 깔 수 있다. 새우 먹기의 최대 난코스가 다 해결된 셈이다.

이지필 새우 껍질 벗기기

 

결론적으로, 이 새우는 정리도 쉬운데 쓰레기도 거의 없다. 보통은 머리가 반, 나머지 반 중에 1/3은 내장, 꼬리, 그리고 껍질, 그럼 대충 반 이상을 버렸던 건가? 아무튼 반쯤은 버리는 손질 안 된 작은 새우와는 달리, 이 새우는 용량 표시된 거의 그만큼을 다 먹을 수 있다. 가성비가 더 높다는 얘기다.

껍질 벗긴 새우들

 

감바스 알 아히요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 새우와 마늘을 올리브기름에 끓인스페인 요리이다. 튀김이 아니다. 원래는 중간 또는 작은 크기 새우를 사용한다지만, 감바스 알 아히요에는 역시 큰 새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바스 알 아히요 조리 방법은 라면 수준이다.

 

  1. 먼저 새우를 정리한다.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는 해동해 껍질만 뽀자작 까 주면 끝이다. 그리고는 취향에 따라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감바스 끝.
  2. 마늘을 준비한다. 마늘은 꼭 필요하다. 이게 있어야 알 아히요가 된다. 작은 건 통마늘로, 큰 건 편마늘로 준비한다. 페페론치노가 있으면 사용하고, 없으면 청양고추를 약간 썰어 놓는다.
  3. 라면에 물 끓이듯, 올리브기름에 준비한 마늘과 페페론치노나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준다. 보통 185~205정도가 발연점이라, 센 불로 막 끓이면 연기가 나며 탄다. 온도 봐가며 중불로 끓이는 것이 좋다. 올리브기름 양은 새우가 반쯤 이상 잠길 정도가 좋다. 여기가 감바스 알 아히요의 핵심 포인트다.
  4. 기포가 올라오면, 물 끓을 때 라면 넣듯, 새우를 넣고 소금 후추로 마지막 간을 한다. 이때 토마토 등 양식스러운 채소를 약간 감바스 알 아히요에 추가해줘도 좋다. 올리브기름은 물처럼 팔팔 끓지 않으니, 적당히 기포가 올라오면 바로 새우를 넣는다.
  5. 잠깐만 익혀도 새우는 잘 익는다. 불을 끄고 파슬리 가루나 바질 가루 등으로 폼을 내고, 옮겨 담으면 감바스 알 아히요 끝이다. 조리법이 라면과 똑같다.

감바스 알 아히요 완성

 

보통 좀 크다는 새우도 조리하고 나면 확 쪼그라들어서 실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뭐 해도 준치라고,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는 약간 줄어도 큼직하다. 칵테일 새우 같은 중간 이하 새우로 감바스를 해 보면 바로 비교가 된다. 감바스 알 아히요엔 뭐? 역시 큰 새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감바스 알 아히요 새우

 

감바스 알 아히요 파스타

 

글로 쓴 건 좀 복잡해 보일 수 있는데,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보든, 아니면 한 번만 직접 해보면 정말 감바스 알 아히요는 라면 수준으로 간단한 요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그냥 먹기보다는 빵과 함께 먹는데, 술안주나 밥반찬으로도 아주 괜찮다. 또는 스페인스럽게 감바스 알 아히요 파스타로 먹어도 좋다. 감바스 파스타로 먹으려면 파스타 면을 따로 삶아준다. 90% 정도만 익혀주는 것이 좋다.

파스타 면 삶기

 

감바스 알 아히요를 끓이고 있다가, 거의 익힌 면을 건저 잠깐만 끓여준다. 잠깐이어야지, 오래 끓이면 마늘과 페페론치노의 쏘는 맛도, 올리브기름 특유의 맛도 다 사라진다.

감바스 알 아히요 파스타 볶기

 

재빨리 그릇에 옮겨 담으면 감바스 알 아히요 파스타 완성이다. 이 외에도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로 해볼 만한 요리는 랍스터 같은 버터구이, , 튀김 등등이 있다. 가만 생각해보니, 최근 차례상에 새우전을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럴 때도 아르헨티나 붉은 새우가 좋을 듯하다. 손질 쉽고, 크고, 붉고, 담백하니까.

감바스 알 아히요 파스타 완성

 

참고한 문서들

 

감바스 알 아히요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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