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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월드 뮤직

사라 본(Sarah Vaughan)의 Lullaby of Birdland, 그리고 여히나(Yuhina)의 휴전

by star dust 2021. 1. 22.

분기탱천의 시작

 

한 주가 새로 시작된다. 새롭다는 것은 늘 뭔가 설레게 한다. "그래, 이 주부터는 새로운 사람이 돼서 더 잘해보자!" 이렇게 마음을 다졌는가?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상황은 마음과 다르게 전개된다. 날도 꾸물꾸물, ~ 컨디션이 좋질 않다. 거기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아니, 지가 뭘 잘했다고, 아침부터 가족들이 내게 짜증을 낸다. 꾹 참고 잘해줬다.. 쌓인다.

 

꾸역꾸역 참고 출근해보니 여기저기 죽을상이다. 거기에 오전부터 위에서, 아래에서, 심지어 옆에서도 자꾸 쑤셔댄다. 답답한 마음에 쥐꼬리만한 위로라도 받고자 친구에게 문자를 넣어본다. ~ 친구라는 놈마저 잘난 척이나 해대고, 네가 배가 불러서 그런다는 둥, 남의 속 모르는 답변만 온다. 폭발할 타이밍인가?

권총자살

 

~ ~, 분기탱천한 당신, 잠시 분노를 멈추고 마음을 달래줄 노래 하나 들어보시라. 사라 본(Sarah Vaughan)Lullaby of Birdland, 즉 새 나라 자장가라는 곡이다.

 

사라 본(Sarah Vaughan)Lullaby of Birdland

 

사라 본(Sarah Vaughan)은 뭐든 '3'로 묶기 좋아하는 우리들에게 '3대 여성 재즈 가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워낙 기구한 인생 스토리와 그에 걸맞은 하늘하늘한 외모의 빌리 홀리데이와, 목소리로 태양의 서커스를 구사하는 엘라 피츠제럴드에 비해서는 다소 밀리는 느낌인 것도 사실이다. 다만 영어 좀 들을 수 있는 독자라면, 라이브 무대에서의 그녀를 한 번 들어 보시라. 무대 위 발랄함은 그중 갑이다. 온갖 시름이 다 떨어져 나가 버린다.. 개그도 곧잘 하셨다.

Sarah Vaughan

 

'새 나라'라고 필자가 옮겨 적은 'Birdland'는 뉴욕의 유명한 재즈 클럽이라고 한다. 미국 재즈 음악의 두 기둥 중 하나인 찰리 파커(Charlie 'Yardbird' Parker)의 인기를 클럽 흥행에 써먹으려고 지은 이름이란다. 참고로 찰리 파커는 별명이 버드(Bird)였다. 너무나도 유명하신 분이라 워낙 여기저기 강제 소환되곤 하는데, 얼마 전 꽤 흥행했던 '위 플래시'라는 영화에서도 언급된다. 주인공 앤드루의 아버지가 너도 찰리 파커처럼 술과 마약에 절어 요절하는 삶을 살고 싶냐는 둥, 악독한 스승은 버디 리치가 그저 그런 연주자였던 찰리 파커의 머리에 심벌을 던져 위대한 연주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는 둥 말이다. , 이 곡은 젊어 요절한 찰리 파커의 추모 곡으로도 가끔 잘 연주되곤 한다.

버드랜드클럽 현대

 

하지만 이 노래는 그런 찰리 파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오래된 LP 판을 연상시키는 잔잔한 잡음들과 사라 본의 잘 익은 목소리가 일부러 연출된 것처럼 잘 어울린다. 자연스러운 잡음 덕분인지, 이 노래를 수면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어떤가? 화가 좀 누그러지지 않았는가? 아직도 뚜껑이 덜 닫혔다면, 노래 후반에 나오는 스캣(Scat) 부분을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불러보시라. "쑤 삐 바 바 부~ 바 두 삐~ ", 이런 식으로 미친 뭐 마냥 정신없이 따라 하다 보면 모든 화는 가라앉을 것이다. 그래도 분노가 삭여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분노조절 장애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상담을 한 번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분노는 어리석음으로 시작해 후회로 끝난다

 

이것은 피타고라스의 말이란다. 그렇다. 바로 그 삼각자의 그분 말이다. 당신이 기억하는 단 하나의 수학 정리의 저자 말이다. 영어로는 'Anger begins with folly, and ends with repentance'라고 한다. 일단 머리로는 이 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순순히 머릴 따라가는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움직이기 힘든 것은 바로 나 자신의 마음일 것이다. 위대한 철학자에게는 그것이 쉬웠을지 모르겠지만, 평범함 조자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하는 우리 범인들에게는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이다.

피타고라스 흉상

 

그래도 결과만 놓고 본다면 아무래도 참는 편이 좋다는 데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화를 내 봐야 그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은 경험칙으로 다들 알고 있다. 화를 내면 자꾸만 더 화가 난다. 일은 꼬이기 시작하고, 원래 나는 피해자였는데, 어느 순간 가해자로 몰려 있게 되곤 한다. 또한 내가 화를 내고 있는 대상들은 결국 다 내 식구, 내 동료, 그리고 내 친구들이 아니겠는가. 물론 내가 삶을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기에 화도 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도 결국 그들을 지켜내고 더불어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새끼들 막는 손

 

그래도 여전히 참기가 어려운가? 그렇다면 더 큰일, '' 말고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을 생각해보라.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만 할 외부로부터의 도전으로 내 마음을 돌려보자는 말이다. 흔히 태풍, 산불, 지진, 코로나19 같은 큰 재난 앞에서는 우리 모두 하나가 되곤 한다. 그럴 때는 그 꼴밉던 식구도, 동료도, 친구도, 심지어는 타인들마저도 결국 다 소중한 나의 자산이 된다. 온 바다가 다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이자, 생판 모르는 외국인들까지 다 뛰쳐나와 돌 한 조각에 묻은 기름까지 다 닦아내지 않았던가 말이다.

태안 기름유출 자원봉사

 

고산의 파이터, 타이완 유히나

 

'타이완 유히나(Taiwan yuhina)'라는 새가 있다. 동박새나 꼬레치레라는 이상한 이름의 새들과 친척 관계다. 이름이야 어쨌든 실제로 보면 다들 귀엽다. 아무튼 이 새는 타이완에 사는 작은 산새류이다. 대략 해발 1,500 ~ 2,500m 높이에 살며 작은 열매나 꽃 등의 비건 식사와 함께 작은 벌레들로 육식을 하며, 면역력 강화를 위해 꿀도 드신단다. 새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대충 타이완의 높은 산에 사는 참새인데, 머리에는 닭 볏을 사납게 이고 있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볏을 세운 모습은, ... 인상 더럽다.

Taiwan Yuhina 인상

 

번식기가 되면, 이 녀석들이 따로따로 흩어지지 않고 굳이 서로 모여서 둥지를 만든다고 한다. 그래 놓고는, 서로 싸운다. 심하게... "아니, 대체 왜? 그러려면 따로 살던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모여서 함께 둥지를 만들어야 서로 생존 확률이 높아진단다. 대신 한정된 부동산과 식료품 문제로 동네 싸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모여있는 Taiwan Yuhina

 

재미있는 점은, 싸움이 결코 수컷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이다. 특히 암컷들이 한정된 둥지 자원을 놓고 심하게 다툰다고 한다. 싸움이 심해지면 심지어 남의 알을 깨버리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단다. , 생때같은 남의 자식을 막 죽여버린다는 말이다. ... 무섭다. 여성이 더 호전적인 건가? 그래서 8~90년대 여자들의 자존심 앞머리 헤어스타일이 있었던 건가? 요즘은 헤어롤 스타일로 진화한 것 같긴 하다. , 그러고 보니 바둑에서도 여류 기사들이 남자들보다 더 죽기 살기로 싸운다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 한 편으론, 집 계산이 약해서 자신이 이기고 있는지, 또는 지고 있는지 확실치 않아 더 싸우게 된다는 말도 있다. 어쨌거나 여자들도 싸운다. 특히 야생의 세계에서는 말이다.

엽기 빨간모자

 

궂은 날씨의 역설

 

대만과 미국의 연구자들이 이 걸 크러시 싸움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봤단다. 물론 싸움 구경만 한 것은 아니고, 게임이론(Game theory) 모형과 현장조사를 통해 이 녀석들의 번식기 생태에 관한 몇 가지 질문에 대해 연구를 했던 것이다. 둥지 전쟁에 대해서는 비가 오는 궂은날과 맑은 날에 싸움의 양상이 달라지는지를 조사해봤단다. 결과는 어땠을까? 유히나 엄마들은 "~알 됐다. 날궂이라도 한 판 하자!", 이랬을까?

날궂이

 

흥미롭게도, 이 녀석들이 궂은 날씨에는 자중하는 쪽을 택하더란다. 똘똘한 녀석들. 물론 비 오는 날에도 자잘한 몸싸움은 있었지만, 전면전의 경우는 거의 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야생에서 궂은 날씨에는 스스로의 체온을 유지하고 알을 보온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 더 빨리 허기진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다고, 비가 오면 곤충도 숨고 사냥도 힘들어진다. 고기 맛보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서로 다 춥고 배고픈 처지에 이해심이 싹트고 동료애가 자란 것이다.

빗속의 개구리

 

그렇다면 참는 유히나 엄마들에게 복은 있었을까?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비록 낳은 알 수는 적었지만, 오히려 좋은 시절보다 더 많은 새끼들이 부화에 성공하게 되었단다. 순간의 분노를 참고 자중하니 더 다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 하지만, 혹자는 비아냥거릴 수도 있겠다. 그래 봐야 새끼만 더 늘어난 거 아니냐고 말이다. 이제부터 그놈들 다 온전히 키워내려면 허리가 휘게 갖다 바쳐야 할 판이라고 말이다. 또한 날궂이 베이비들은 숫자가 많아서 나중에 먹고살기도 힘들 거라고 말이다. ... 내 생각에는..., 눈앞의 작은 기쁨을 비꼬아대는 바로 그, 당신의 그 성격이 화를 불러 행복을 쫓아내고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당장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여운 새끼들 아닌가? 소확행이다.

새끼 새들

 

, 그러니 분기탱천한 당신, 인생의 더 큰 문제들로 눈을 돌리고 오늘의 화를 삭이라. 사라 본의 '새 나라 자장가'를 흥겹게 따라 부르며 말이다. 그로도 부족하다면 저녁에 얼큰하고 뜨끈한 마라탕에 소맥이라도 한 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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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문서들

 

사라 본 - 나무위키

Birdland (New York jazz club) - Wikipedia

피타고라스 명언 - BrainyQuote

Taiwan yuhina - Wikipedia

Unfavourable environment limits social conflict in Yuhina brunneiceps - Nature Communications

These Birds Make Peace in Bad Weather - Scientific American Podca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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