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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월드 뮤직

Ben Webster의 Over the Rainbow

by star dust 2021. 1. 4.

추천사

 

올해는 아마도 연말연시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할 것 같다. 대유행 때문에 각자도 조심할 것이고, 온갖 채널들에서도 들뜬 연말을 부추기지는 않을 것 같다. 난 이제 홀로 생활을 벗어났지만, 연말이면 더 우울해지던 홀로인 영혼들도 올해만큼은 덜 외롭지 않을까? 다들 그런 식으로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말이다.

 

홀로 방에 앉아서 기분은 좀 쓸쓸한데, 그렇다고 그렇고 그런 TV 채널 돌리는 것에 슬슬 신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면, 라이브 음반을, 그것도 옛날 구식 재즈 라이브 음반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어둡게 해 놓은 방에서, 혼자 와인이라도 한 잔씩 홀짝거리며, 권장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떻게 연기라도 좀 피워보면서 말이다. 내 방에서 연주하는 듯한 음색, 시작과 끝부분의 조용한 박수소리, 똑같이 쓸쓸하더라도, 왠지 재즈 바에서 혼자 마시며 듣고 있는 듯, 좀 더 달달할 고독감으로 바뀔 것이다.

 

 

 

 

거기다 선곡이 ‘Over the rainbow’, 무지개 넘어라면, 익숙한 멜로디를 재즈스럽게 흥얼거릴 수도 있다. 노랫말처럼, 언젠가 별들에게 소원을 빌고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괴로움이 레몬 사탕처럼 녹아내리는, 굴뚝 위 저 높은 곳에서 깰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알딸딸~하게 말이다.

 

가사

 

연주곡

 

뒷얘기들

 

벤 웹스터(Ben Webster)가 달달하게 연주한 Over the rainbow, 원래 1939년에 나온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 사용된 음악이다.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란드가 영화 초반 5분경 이 노래를 불렀다. 영상으로 보면 꼬마 애가 엄청 어른 톤으로 노래를 하고, 세상 귀여운 털 뭉치 토토가 분위기를 도와준다. 도무지 80년 전 같지 않은 영상 속에서, 얘들 정말 능청스럽게 연기 잘 한다. 한 번 보시라.

 

이후 이 노래는 20세기 최고의 영화 음악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으며, 주디 갈란드를 대표하는 노래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명곡도 사전 시사 당시에 ~무 늘어진다며 삭제당할 뻔했었다고. 노래가 처음 나온 후 지난 80년간 정말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수도 없이 리메이크되었는데,, 하와이의 독립운동가이자 가수인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IZ’ Kamakawiwo'ole)가 우쿨렐레와 함께 경쾌하게 부른 버전이 가장 유명하다. 돈 많기로 유명하신 그 워런 버핏도 이 곡을 불렀다더라.

Israel 'IZ' Kamakawiwo`ole

 

벤 웹스터도 Over the rainbow를 몇 번 녹음했는데, 왠지 난 이 버전에 가장 끌렸었다. 내 방에서 연주하고 있는 듯한 음색, 도입부의 한산한 박수소리, 약간은 끝을 흐리는 듯한 연주 스타일 등, 뭔가 느낌이 와 닿는다.. 원래 젊은 시절에는 듀크 엘링턴과 함께 빠른 스윙을 거칠면서도 박진감 있게 불어대던 그는, 40대라는 이른 나이에 음악 스타일이 확 바뀐다. Over the rainbow처럼 느리며 끈끈한 발라드로 말이다.

 

재즈 테너 색소폰계의 거목이기에, 이 연주자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그 유명한 남무성의 음악 만화 ‘Jazz it up’에서도 소개되었던 적이 있고, 현재는 그의 블로그에서 볼 수도 있다. 그런 정보들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는 대신, 이 사람 인상이 참 마음에 든다는 얘기로 마무리할까 한다. 큰 눈과 어딘지 궁색해 보이는 표정들이 참 선한 인상을 준다. , 그러고 보니 이 양반도 술 꽤나 하셨다고 하더라. 술 좋아하는 사람 중 악인 없다지?

 

크레디트

 

Gone With The Wind 음반의 8번 트랙
발매일: 1989
장르: 재즈
레이블: Black Lion Records
작사/작곡: Yip Harburg/Harold Arlen

 

참고 자료

 

Ben Webster - Gone With The Wind Discogs

Over the Rainbow - 나무위키

감성적인 발라드 연주의 표본, 벤 웹스터 - 남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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