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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월드 뮤직

앙드레 가뇽(André Gagnon)의 오바드(Aubade) , 바퀴벌레의 생체시계, 그리고 아침식사의 관계

by star dust 2020. 12. 13.

언제나처럼 힘든 아침, 눈을 감고 들어볼 음악 하나

 

힘든 아침, 산란한 잠에서 문득 깨어난 당신, 이부자리 안에서 축축 늘어져 파김치로 변신해버린 자신을 발견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카프카의 '변신'에 등장하는 그레고리 잠자(Gregor Samsa)의 식물 버전 현대인이다. 괴로워하고 흉측할 뿐만 아니라, 지적 능력까지 바닥을 치는 수동형 바보일 것이다.

알콜중독커플의 아침

 

사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지독한 저녁형이다. 그것도 그냥 저녁형이 아니라, 음주를 매우 즐기는 자폭형 야행성이다. 이런 나에게 보통 아침이란, 현세 지옥과 동의어가 되곤 한다. 나와 비슷한 아침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때로는 힘이 되어 줄 음악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음악이 시작되면 잠시 눈을 감고 들어 보시라. 앙드레 가뇽(André Gagnon)의 새벽 연가(Aubade, 오바드)라는 곡이다.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앙드레 가뇽은 불어 계통의 이름이다. 그는 캐나다 퀘벡 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이다. 퀘벡은 불어가 공용어로 쓰이는, 캐나다에서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유일한 주라고 한다. 다만 퀘벡 불어는 본토 프랑스와는 많이 다른 듯하다. '비정상회담'이라는 모 채널의 교양형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불어권 출연자들이 퀘벡 출신 기욤 페트리의 불어에 대해 '이건 프랑스어가 아니다'라는 디스를 가하기도 했었다.

불어 공부

 

아무튼 가뇽님께서는 아침마다 바보로 둔갑하는 우리 저녁형 형제자매들과는 달리 천재였던 모양이다. 여섯 살에 첫 피아노 연주곡을 작곡하셨단다. 난 여섯 살에 얼마나 행복한 아이였던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이후 몬트리올 음악원과 프랑스 파리 유학에서 정규 클래식을 공부했으나, 나중에는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섞은 크로스오버 계열의 음악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진 않지만, 굳이 장르로 구분하자면 뉴에이지라고 한다.

 

오바드(Aubade)라는 단어는 저녁 또는 밤의 연가인 세레나데(Serenade)의 상대 말 정도 되겠다. 새벽에 일찍 떠나면서 잠든 여인에게 들려주는 연가라고 한다. 밤만 보내고 새벽에 살짝 떠나는 주제에 무슨 연가를 부르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중세 서양에서는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나 보다. 현재 상업적으로 오바드란 단어는 프랑스 명품 란제리 브랜드로 더 유명하다. 잊히지 않는 잠든 여인의 란제리란 말인가? 정말 오묘하게 연관되는 브랜드명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중 한 장면
영화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  중 한 장면 .  얼떨결에 첫날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  어색하게 떠나는 해리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샐리 .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로코 여신 멕 라이언의 부스스한 표정과 침대 위 펭귄의 매서운 표정이 킬 포인트 ...

 

어쨌든 음약 분야에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가 다소 달라졌다. 현대의 오바드는 '새벽과 아침에 관련된 노래 또는 기악곡'으로 정의된다. 주요 작곡가와 곡들로는 라벨의 'Alborada del gracioso'나 풀랑의 'Aubade'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대체로 연가라기보다는 아침잠을 깨우는 기상곡 같은 느낌이다. 앙드레 가뇽의 오바드를 듣고, 비슷한 느낌을 찾아 들어본다면 정말 깰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라.

 

야행성 존재들의 이른 아침 딜레마

 

일찍 일어나는 것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

 

소설 '변신'에서 카프카는 그레고리 잠자의 생각을 빌어 이렇게 얘기해 보련다. 그런데 이른 아침을 괴로워하는 것은 비단 우리 야행성 인간들 뿐만은 아닌가 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바퀴벌레들도 저녁에는 똑똑하고 아침에는 바보가 된다는 것 같다. 심지어 바퀴벌레도!

바보스러운 표정
이 분이 처음 사진의 그 긴 머리 아닐까 ?

 

이런 독특한 연구를 실제로 저질러버린 괴짜들은 미국 테네시 내슈빌에 있는 반더빌트(Vanderbilt) 대학의 연구자들이다. 논문과 소개 기사들에 따르면 이들은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들에게 바닐라 향 식염수와 박하 향 설탕물을 줘봤단다. 여기서 바닐라 향은 바퀴들이 좋아하는 향이고, 반대로 박하는 극혐 향쯤 되는 모양이다. 그냥 두면 당연히 대개 바퀴들은 좋아하는 바닐라 향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문제는 막상 먹어보면, 냄새 좋은 바닐라 향은 싫어하는 소금물이고, 냄새 매스꺼운 박하향 물이 달달하니 맛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원격 신호인 냄새를 기억해서 좋아하는 설탕물을 찾도록 학습시키려는 의도이다. 결국 불량식품을 가지고 바퀴들에게 일종의 사기를 친 셈인데, 덕분에 바퀴들은 고진감래의 의미를 배웠을지도 모르겠다.

박하 풀
​ 하지만 박하는 이렇게 풋풋하기 그지없는 허브다 .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저녁에 훈련한 바퀴들은 며칠 동안이나 기억을 잊지 않고 똑똑하게도 냄새 더러운 박하 향 단물을 찾아냈는데, 아침에 훈련한 바퀴들은 도무지 기억을 못 하고 계속 바닐라 향 짠물을 들이키더라는 것이다. 불쌍한 저녁형 바퀴들... 영화 '죠의 아파트'에 등장하는 똑똑한 바퀴 군단이 아침에 모두 멍청해지는 상상이... ! 괴롭다 그만 생각하자.

영화 죠의 아파트 포스터

 

도대체 왜 이런 연구를 할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학문적으로는 곤충의 학습 능력이 생체 시게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힌 첫 연구 사례라고 한다. 해석이 그럴듯하다.

 

아침 지옥 극복을 위한 또 하나의 처방, 아침식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숙취가 있는 아침에는 '해장'이라는 것을 시원~하게 하는 미풍양속을 가지고 있다. 술병 났을 때는 화타의 보약인데, 어찌 보면 술 마신 다음 날의 맞춤형 아침식사라고도 하겠다. 속을 풀어주는 것이 주목적이겠지만, 더 중요한 다른 효과가 있다는 것 같다.

얼근 해장국

 

2002년 농촌진흥청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침식사와 수능 성적 사이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매일 아침 식사를 한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들에 비해 평균 점수가 20점 정도 높았다고 한다. 2005년 미국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 결과도 비슷한데, 아침식사를 하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숫자 암기력과 언어 구사력이 3% 정도 높게 측정되었다고 한다. 똑똑해지려면 아침을 꼭 먹어라... 뭐 이런 말인가? 아침을 굶고 출근하는 당신, 중요한 회의가 있는가? 버벅대고 싶지 않다면 빨리 아침을 챙겨라.

런던의 새벽

 

더구나 아침식사를 하지 않으면 쫄쫄 굶고서도 살이 찐다는 서글픈 결말에 봉착될지도 모르겠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에서 55백 명의 10대와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2003'유럽임상연구' 결과,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은 체중이 증가될 확률이 더 높았다고 한다. 이유는 아침을 챙겨 먹는 사람들에 비해 간식을 더 먹고, 담배와 술을 더 하기 때문이었단다. ! 찔린다...

 

 

결국 날씬하고 예뻐지기 위해서라도 아침은 꼭 먹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귀찮은데... 이렇게 생각하는 나와 같은 저녁형 귀차니스트들은 아래와 같은 아침 대용식 간편 죽이라도 챙겨 드셔 보심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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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앙드레 가뇽의 다른 곡들에도 관심이 간다면, 멜론 뮤직에 있는 앙드레 가뇽의 'Histoires Revees' 앨범을 방문해 보시라. 오늘 소개 된 Aubade를 비롯해 10곡이 수록된 음반이다. 마지막 한 곡 빼고는 미리 듣기도 가능하다.

 

참고한 문서들

 

퀘벡주 - 위키백과

앙드레 가뇽 - 나무위키

오바드(Aubade) - WikiPedia

바퀴벌레의 후각 학습에 대한 생체시계의 영향 - PNAS 논문

저녁에 더 잘 배우는 바퀴벌레 - WIRED 기사

새벽보다 저녁에 더 똑똑한 바퀴벌레 - Scientific American 팟캐스트

아침식사 꼭 해야하는 이유 - 사이언스타임즈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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