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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여흥/월드 뮤직

Dusty Springfield의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by star dust 2020. 12. 27.

추천사

 

사실 이 곡을 고른 것은 순전히 제목에 끌려서이다. 요즘 같은 연말, 아무래도 기분이 싱숭생숭 멜랑콜리하다. 또 한해가 이리 허무하게 간다. 좀 더 밝은 척 해보고 싶긴 하지만, 솔직히 내게는 정말 길고 힘든, 어두운 시간들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부디 나와 같지 않았기를 바란다.

겨울 석양과 남자

 

아직도 끝나지 않는 어둠, 아니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시간을 집콕 모드로 그럭저럭 보내고 있었다. 남겨진 일들을 하나씩 처리해가며, 이런 저런 음악들을 들으며 말이다. 한데 갑자기,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즉 남은 생에서 무엇을 할거냔다. 그게 바로 내가 지금 물어봐야 할 거 같은데 말이다. 그래 남은 생에서 뭘 하지? 노래를 들어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힐까? 한데 들어보니 역시나 얘기는 사랑으로... ... 유행가니까.

 

한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도 말이 된다 싶어진다. 그래 어쩌면 사랑하는 것, 그게 남은 생에서 해야 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그를 사랑하고, 그래서 그가 사랑하고 있는 나를 또한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 힘으로 다른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그렇게 힘을 얻어 또 삶을 생기차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지도...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며 소개한다.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가 부르는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들어보시라.

 

가사

 

이 노래 가사의 단어들은 아주 쉬운 편이다. 하지만 가사는 아주 시적이다. 영어가 조금이라도 되는 분들은 그냥 영어를 들어보시길 권한다. 부족하나마, 대충 우리 말로 옮겨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다.

 

남은 생에서 그댄 뭘 할까요?

그대 삶의 모든 곳에서.

난 오직 하나만 바랍니다.

그 모든 것을 나와 함께 해달라고요.

 

그대 삶의 모든 계절들,

그대 삶의 모든 사소한 것들까지,

그대 하는 모든 것의 이유들,

그 시작과 끝을 모두 함께 하렵니다.

 

모든 순간에 나 그대를 보고 싶어요.

새벽녘 들판에서, 그리고 밤의 숲에서도

그리고 케이크와 촛불 앞에 그대 서 있을 때,

그대 맘속의 바람을 듣는 그 한 사람이고 싶어요.

 

그대 눈동자 깊은 곳, 다가올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그리고 그 속에 간직한 그대의 사랑도.

그대 눈 속에 잠든 것들을 깨우겠어요.

아마 한 두 번의 키스가 필요하겠죠.

 

내 모든 생에서,

여름, 겨울, , 그리고 가을까지,

내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란

그대와 함께 했던 나날들뿐이에요.

 

 

뒷얘기들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 영국 출신의 가수인데, 위 유튜브 영상의 스틸 사진들을 봤다면 알겠지만, 결코 예쁜 언니 스타일은 아니시다. 1939년생으로 1999년에 겨우 60세 나이로 사망하셨다. 사실 이 가수,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르는, 심하게 얘기하면 듣보잡수준의 가수다. 한데 조금만 찾아보면 알겠지만, 발표한 음반과 노래가 엄청 많다? 그리고 몇 곡 듣다보면, 꽤나 익숙하다?

더스티 스프링필드
더스티 스프링필드

 

사실은 4등급 대영제국 훈장(OBE)을 받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 팝 음악사에 나름 한 획을 추가하신 가수다.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약간 조잡한 비유를 해보자면, 여자 앤디 윌리엄스, , 이 분도 모르실 수 있으니 우리나라 식으로 바꿔보자면 여자 조영남 정도? 자신의 오리지널 노래도 제법 되지만 남의 노래를 엄청 많이, 그것도 더 잘 불러 더 원곡보다 더 히트시키기도 많이 하셨드랬다. 결국 노래 엄청 잘하고, 곡 해석력이 상당히 뛰어난 가수였단 얘기다.

 

오늘 소개한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도 자신의 오리지널 곡은 아니다. AlanMarilyn Bergman 부부가 작사하고 Michel Legrand가 작곡한 곡으로, 원래는 1969년 영화 해피엔딩(The Happy Ending)에 쓰인 곡이다. 아카데미상 수상 후보로도 올랐지만, 전설의 ‘Raindrops Keep Fallin’ on My Head’에 밀려 분패했었다.

해피엔딩 1969

 

곡의 탄생 설화를 잠깐 옮겨보자면, 원래 작곡가인 Lagrand가 도무지 영화에 맞지 않는 곡만 써오자, 작사가 Marilyn이 첫 소절을 제안했단다. 이후 Legrand가 그 첫 소절에 맞춰 곡을 완성했다고.

Alan과 Marilyn Bergman
Alan 과  Marilyn Bergman  부부 (John Mathew Smith & www.celebrity-photos.com from Laurel Maryland, USA)

 

Marilyn Bergman은 곡 제목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청혼, ‘남은 생을 나와 함께 해달라는 의미다. 그리고 반대되는 두 번째는 이혼과 불안, ‘이제 남은 생은 뭐하며 살지?’ 이런 의미 말이다. 난 첫 번째로 평생 살련다. 아니 죽어 분자와 원자로 분해된 후에도 그 뜻으로 존재하고 싶다.

눈길의 두 사람

 

더스티 스프링필드는 이 곡을 1970년에 녹음했지만, 그리고 같은 작사가 Bergman‘The Windmills of Your Mind’로 꽤나 재미를 봤었음에도, 어떤 이유인지 72년 발표한 앨범 ‘See All Her Faces’에는 포함시키질 않았었다. 해서 이 노래는 원래 앨범에서는 들을 수 없고, 2002년에 재발매된 CD 버전의 보너스 트랙에서 들어볼 수 있다. 물론 요즘은 다들 그냥 유튜브로 듣거나,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듣겠지만 말이다.

 

곡이 좋다고 꼭 앨범을 구매하거나 다 들어볼 필요는 없다. 그녀의 앨범은 대개 비슷한 시기에 녹음한 곡을 모아놓은 것 이외에 별 의미가 없다. 워낙 싱글 위주로 활동했던 가수이고, 앨범 제작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거기다 ‘See All Her Faces’는 음반회사, 프로듀서, 스튜디오 등을 다 옮겨가며 만든, 그야말로 컴필레이션 성격의 음반이라,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콘셉트 같은 것은 없으니 말이다.

 

크레디트

 

See All Her Faces 음반의 17번 트랙(보너스 트랙)
녹음: 1970
발매일: 2002
장르: , 소울
레이블: Mercury Records/Universal Music UK
작사: Alan and Marilyn Bergman
작곡: Michel Legrand

 

참고한 문서들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 - WikiPedia

The Happy Ending - WikiPedia

더스티 스프링필드(가수) - 나무위키

더스티 스프링필드 위키백과

See All Her Faces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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