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집에서 편하고 맛있게

육회, 가끔은 너무 생각나

 

육회, 엄연히 회 요리 중에 하나다. 보통은 가늘게 채 썬 생 소고기를 참기름 기반의 간간한 양념에 버무려 먹는다. 요즘은 흔히 달걀노른자를 얹는데, 노른자에 코팅되면 그 맛이... 음... ‘말해 무엇해’ 바로 그 맛이다.

 

생전 안 먹어 봤으면 모를까, 이미 육회 맛을 본 나는 정말이지 아주 가끔 육회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요즘 가격도 그렇고, 트림과 방귀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이기도 하고, 식량 생산의 효율 측면에서도 참 거시기해서, 소고기에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하물며 탕, 전골, 구이도 아니고 육회라... 그저 생각만 하고 지나갈 때가 꽤 있었다.

 

한데 집에서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육회가 있더라. 아주 약간의 죄책감을 떠안고서, 바로 맛있게 먹고는 싹~ 치워버리고, 조금은 깨끗하게 잊고 살 수 있는 그 아이템, 바로 배달 육회였다.

1등급 육회 300g 국내산 육우 육사시미 육회용소고기 보리소 우둔살 소스 : 구복상회

 

초간단 육회 준비

 

또 한 번, 고마우신 택배가 도착했다. 육회 택배는 평생 처음이었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약간은, 아~주 약간은 무섭게 생긴 육회가 들어있었다. 냉동육 아니라고 '육회(냉장)'이 제목으로 큼지막하게 찍혀있고, 축산물 이력제로 도축장과 이력번호가 찍혀있다.

 

이 육회의 품종은 거세 육우, 등급은 1등급이다. ‘소고기 등급 = 마블링이 좋다 = 지방 함량이 높다’이므로, 지방 함량 적어야 담백한 육회는 1+이나 1++ 등급은 의미 없다. 1+이나 1++은 구워 먹어야 제 맛이지, 육회로는 좀... 물론 내 생각이다. 아, 그리고 저기 저 가격은 할인 전 가격이다. 실제로는 반도 안 된다. 마지막에 대박 기원은 왜 있는지... 아무튼 기분이야 나쁘지 않더라.

 

처음 받으면 진공 포장을 뜯어, 혹시 모를 핏물 제거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육회 고기를 꺼내 키친타월이나 면포 등으로 감싸 꾹꾹 눌러준다.

 

중간중간에 뭉친 육회 고기들을 풀어주고 다시 꾹꾹 눌러주면 더 좋다.

 

처음 포장을 뜯었을 때는 약간은 거무튀튀한 것이 무섭게 생겼던 고기들, 저리 전처리를 해주고 대략 10분 정도 두니 아주 빨갛고 먹음직스럽게 색과 결이 살아나더라.

 

육회 고기는 큼직큼직하게 썰려 있었다. 고기 맛있게 해 주겠다며, 이거 다 주문받으면 손으로 썰어 보낸다고 하던데, 먹음직스럽다.

 

육회는 맛있어

 

육회 양념은 참기름 베이스와 고추장 베이스 두 가지가 들어있더라. 저 검은색 봉지가 참기름 베이스 양념이고, 빨간 봉지는 고추장 베이스다. 한데 기름 베이스는 소문났다는데, 고추장 베이스는 돼일리란다. 돼지는 매일같이(Daily)인가? 완전 아재 감성인데...

 

아무튼 양념은 준비됐으니 곁들일 약간의 채소 등을 함께 하면 더 좋다. 나는 모둠 새싹과, 배, 잣, 그리고 달걀노른자와 통깨를 준비했다. 신기하게도 집에 다 있더라. 의도적인 우연이긴 하지만... 폼 나게 담기는 쉽다. 그럴듯한 그릇 놓고, 육회, 채소, 채 썬 배 등을 따로따로 몽글몽글하게 모아 놓으면 된다.

 

그리고는 소문난 육회 소스를 부어준다. 취향껏 다진 마늘, 참기름, 그리고 소금을 넣어줄 수 있다는데, 나는 그냥 먹어도 부족함 1도 없더라.

 

마지막 화룡점정, 달걀노른자를 살짝 얹고 잣과 통깨를 뿌린다. 참고로 달걀노른자 올리다 실패하는 사람들 많은데, 비법이 있다. 노른자 올라앉을 자리에 맞춰, 육회를 한라산 백록담처럼 옴폭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이제 드디어 시식, 먼저 젓가락으로 달걀노른자를 터트려 육회 고기들을 코팅해준다. 그러고는 한 젓가락 큼직하게...

 

육회 맛? 담백, 쫄깃, 탱탱, 고소, 또 뭐가 있더라... 아무튼 겁나 맛있다. 기후변화 거부하고, 기아 문제 외면할까 겁나게 맛있다. 일단 다 먹고 반성하기로...

 

육회 비빔밥

 

하나는 정이 없는 것 같아서...가 아니라, 언제 또 먹을까 싶어, 사실 이번에 300g씩 두 봉을 샀다. 한 봉지는 참기름 베이스 소스에 육회 자체로 다 먹었으니, 나머지 한 봉지는 고추장 베이스 양념으로 먹어보기로 했다. 돼일리푸드 말이다.

 

방법은 비슷하지만, 고추장에는 배가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다. 그냥 모둠 새싹 채소와 육회 고기만 담고,

 

저 돼일리 소스를 부어준다.

 

그리고는 비벼 무친다. 젓가락으로 해도 되지만 쉽고 빠르게 손가락을 썼다.

 

마지막으로 육회 맛을 더 깊고 고소하게 해 줄 달걀노른자, 잣, 통깨는 여기도 올려줬다.

 

맛 좋게 몇 젓가락 먹어봤는데, 아무래도 고추장 소스에 비벼 무친 경우는 그냥 먹기보다는 육회 비빔밥이 더 어울리더라. 그냥 육회로는, 나라면 기름 베이스 소스를 추천하련다.

 

 

육우 편견 타파

 

이 맛있는 육회는 도축 한 달 전부터 보리를 섞어 먹여 보리소라고 하는, 거세 육우의 우둔살 부위란다. 보리가 소고기 맛과 뭔 관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육회가 맥주와도 그렇게 잘 어울렸나 싶다. 보리 보리라서 말이다. 우둔살이란 소의 궁둥이 아니고 그 위 엉덩이 부위로 지방이 적고 담백해 흔히 육회 고기로 쓰이는 부위란다. 소는 우리랑 달리 엉덩이에 지방이 없었구나.

1.  목심 , 2.  등심 , 3.  채끝 , 4.  우둔 , 5.  안심 , 6.  앞다리 , 7.  갈비 , 8.  양지 , 9.  설도 , 10.  사태

 

흔히 육우가 뭔지 잘 모르거나, 밭에서 일하던 누렁이쯤 되는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육우란 젖소로 알려진 홀스타인종으로 거의 대개는 수소를 말한단다. 송아지가 태어났을 때 암컷과 수컷이 거의 반반일 텐데, 수소는 젖을 짜지 못하니 거세하고 식용으로 기르는데, 이 녀석들의 고기가 육우라는 이름으로 나온다고.

 

한우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데다, 우리 소는 다 한우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육우를 수입소라고 착각하는 경우들이 있다더라. 아니다. 육우는 단지 한우보다 성장이 빠르고 사육기간이 30개월 이내라, 원가가 덜 들어 가격이 저렴한 것뿐이란다. 품종만 다를 뿐 우리나라에서 낳고 길러진 똑같은 국내산이란다.

 

또 다른 편견으로는, ‘그럼 육우는 젖소 아니냐, 육우는 질긴 고기다’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사실과는 다르다. 실제로 시중에는 젖소 고기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그 경우는 우유를 짜던 홀스타인 암소를 도축한 경우란다. 이 경우 출산 경험도 많고 나이도 많아 아무래도 고기는 질기다고 하더라. 육우는 젖도 짜 본 적 없고, 출산 경험도 없으며, 더 젊은 수소를 의미한다.

 

거기다 이번에 먹은 육회 고기는 1등급이었다. 소고기 등급은 한우 따로 육우 따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1등급 고기는 한우든 육우든 그냥 같은 품질의 고기라고 보면 된다. 육회는 어차피 지방 많은 1+이나 1++ 부위보다는 1등급 부위가 좋으니, 육우든 뭐든 1등급 고기라면 육회로 좋은 고기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육우는 냉동육이라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더라. 냉동은 보관 유통 방식일 뿐 소의 품종이나 고기 등급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거기다 사단법인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국내산 육우는 모두 도축 즉시 냉장해 유통한단다. 단지 그걸 정육점, 식당, 마트 등에서 오래 보관하려고 냉동하면 냉동육이 될 뿐이다. 받은 육회 고기는 ‘냉장’이라고 큼지막하니 써 놨었다. 냉장육이라는 얘기다.

 

참고한 문서들

 

육회 - 나무위키

육회 - 위키백과

쇠고기 부위 - 위키백과

육우 이야기– 사단법인 한국낙농육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