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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레시피/리뷰

굴 하프셀 후기

by star dust 2021. 1. 8.

, 각굴, 하프셀?

 

한창 굴 철이다. 안줏감으로는 어리굴젓을 더 좋아하지만, 요즘 시절도 하 수상하니 기분도 그렇고 해서 하프셀 또는 반각굴이라는 것으로 선택을 좀 바꿔봤다. 젓갈에 혼술이 좀 우중충해 보여서 말이지... 흔히 각굴 또는 석화라고 부르는 굴은 양쪽 껍질을 단단하게 뒤집어쓰고 있는 원래 모습의 통굴을 의미한다.

석화 또는 각굴

 

보통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굴은 이런 각굴(석화)의 양쪽 껍질을 까고 세척까지 한 것으로, 흔히 생굴, 깐굴 또는 알굴(얼굴 아니고)이라고 부른다.

생굴, 깐굴 또는 알굴

 

이에 비해 하프셀 또는 반각굴은 한쪽 껍질만 있는 굴이다. 파티나 뷔페에 가보면 나오는, 한쪽 껍질이 마치 작은 자연산 접시처럼 굴을 담고 있는 폼 나는 그 굴 말이다.

하프셀 또는 반각굴 대표 이미지

 

최근 어디 잔치나 파티는 고사하고, 내 돈 내고 뷔페식당조차 맘 놓고 갈 수 없는 시절이 계속되고 있다. 아니 뷔페식당도 언감생심이고, 동네 맛집조차 사람 많을 것 같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서 집에서 미니 호사라도 추구해보려 폼 나는 하프셀을 주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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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생굴

 

주문한 하프셀은 전국 굴 생산량의 4/5 이상을 차지한다는 경남,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통영 굴이다. 양식장은 통영시 도산면 앞바다라는데, 축구장 28개 크기란다. 겁나 크다.

도산면 앞바다

 

도산면 앞바다는 미국 FDA에서도 깨끗하다고 인정했다는데, 아마도 2012년 노로바이러스 문제로 우리 어패류의 미국 수출이 중단된 이후, 2013년 실사를 거쳐 재개됐던 사건을 의미하는 듯하다. 그때 미국 FDA 실사단이 통영과 거제 지역을 방문해 위생 점검을 했었으니 말이다.

도산면 항공사진

 

그런 히스토리 덕분에(?), 지금도 노로바이러스 문제는 그 지역의 첨예한 관심사항인 듯하다. 수협에서 매주 구역별로 나눠 노로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바이러스가 나오기만 하면 바로 그 구역은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진단다.

굴 수확 모습

 

그 외에도 세척과 가공 업체를 공개하고, 처리 과정도 공개하는 등, 위생에 꽤나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다. 자외선 살균까지 거친 깨끗한 바닷물로 세척한다 하더라. 아무래도 생으로 먹으려는 것이니까...

굴 세척 작업

 

하프셀 개봉과 세척

 

아마도 생전 처음 택배 하프셀을 받아보면 깜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고? 너무 더러워서... 정확히는 더럽다기보다는 생각보다 애들이 마구 흐트러져 있고, 이물질이 많이 묻어있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 물론 택배 사정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지만, 대개는 그럴 거라는 얘기다.

하프셀 택배 상자 개봉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마치 잘 부스러지는 돌조각들을 상자에 담아, 전국을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니 말이다. 당연히 상자 안의 돌조각들은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을 것이고, 서로 부대끼다 보면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나와 여기저기 묻어있을 것 아닌가. 당연히 여기서 돌이란 하프셀의 한쪽 껍질을 의미한다. 돌가루 뒤집어쓴 굴은 바다의 밀크라는 그 뽀얀 비주얼이 아니다.

하프셀 한 번 씻은 모습

 

하지만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주면 바로 원래의 비주얼이 살아난다. 하프셀의 굴 살 쪽도 씻어주고,

하프셀 굴 위쪽 씻기

 

굴 살의 아래쪽도 간단하게 씻어준다. 보통은 거무튀튀한 끝 쪽을 기울여 흐르는 물에 대기만 해도 충분한데, 굳이 버티는 녀석들은 손끝으로 살짝 들어 올려주면 된다.

하프셀 굴 아래쪽 씻기

 

, 그리고 도착한 하프셀의 무게를 굳이 다시 달아보면,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도 적게 나갈 수가 있단다. 물뱉음 현상이라는 건데, 가만 둬도 물을 뱉어내며 무게가 줄어드는 판에, 상자 속에 갇힌 채 남해 끝에서부터 트럭을 타고 올라오니 오죽하겠는가. 차멀미로 오바이트 안 한 것만 해도 기특한 거지 뭐... 택배 기사님도 굴도 다들 고생이 많다.

굴 무게 재기

 

폼 나게 하프셀 굴 회

 

굴 하면 역시나 회라고 생각한다. 거기다 하프셀 굴은, 마치 자연산 돌 접시에 한 점씩 담아 올린 듯한, 그런 호사스러움까지 충만하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하프셀 굴 한 손으로 들어보기

 

서양에서는 선도 유지를 위해 먼저 얼음을 깔고, 그 위에 굴 껍데기를 올려 장식을 하고는 껍질에 굴을 담아 먹는다고 한다. 굴 위에는 라임 또는 레몬 즙을 내려 뿌리고, 다시 와인 비네거로 만든 미뇨네뜨 소스를 뿌려 먹기도 한단다.

얼음 위 하프셀 굴과 레몬

 

먹을 때는 굴 껍데기를 접시처럼 들어 한 입에 넘기는데, 흔히 약간은 퇴폐끼가 있는 장면 연출에 많이 이용되는 모습이다. 굴이 서양에서는 워낙 비싸기도 하거니와, 굴의 풍부한 아연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한다고 알려져서이리라.

하프셀 굴 한 접시

 

 

잘 씻은 하프셀 굴 위에, 먼저 마늘, 고추, 그리고 무순을 올려봤다. 그 위에 초고추장을 살짝 올리고, 마지막으로 레몬 즙을 약간만 짜준다.

굴 위에 레몬즙 짜주기

 

다음으로 굴 한쪽에 있는, 1원짜리 동전 같은 모양의 관자 부분을 작은 칼이나 수저로 눌러 껍질과 분리해준다. 생굴을 나중에 껍질에 담은 것이 아닌 원래 하프셀이므로, 관자가 껍데기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프셀 굴 관자 떼주기

 

이제 굴 껍질 끝에 입을 벌리고, 수저든, 젓가락이든, 칼이든 뭐든 사용해서 굴을 입으로 밀어 넣는다.

하프셀 굴 젓가락으로 들기

 

이쪽 굴이 더 좋은 건지, 아니면 하프셀이라 그런 건지, 아무튼 비닐봉지에 물과 함께 담긴 알굴보다 맛도 더 진한 것 같고, 식감도 훨씬 더 탱탱하더라. 앉은자리에서 1인 10미는 기본 순삭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스키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했다는데, 난 왠지 맑은 곡주 생각이 더 간절하더라.

하프셀 굴 숟가락으로 들기

 

굴 찜도 좋잖아

 

혹시나 생으로 먹는 것이 힘들거나, 더더욱 혹시나 생굴에 질렸다면 굴 찜도 괜찮다. 어찌하다 보니 남았다거나, 또는 시간이 지나 생으로 먹기가 좀 그럴 때도 좋다.

찜 솥에 하프셀 굴

 

방법이야 뭐 너무 간단하다. 찜 솥에 물을 아주 작게 넣고, 찜기에 굴을 차곡차곡 올린다. 그리고 화력에 따라 5~10분 정도 쪄낸다. 오래 찔 필요가 없다. 바로 익는다.

하프셀 굴 찜 한 접시

 

굴을 쪄내면 일단 굴 살의 크기가 제법 줄어든다. 식감은 약간 더 질겨진다. 푸딩 같던 생굴이 조개 같은 식감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맛은 약간 더 농축된 짭조름함이 느껴진다. 아무튼 찐 굴도 맛있다.

찐 하프셀 굴을 한 손에

 

온갖 외풍에 연말연시 명절 증후군까지 겹쳐 기분이 묘하게 꿀꿀하신가? 그렇다면 통영 굴 하프셀을 고려해 보시라.

하프셀 굴과 레몬

 

조리와 먹기의 편리함이야 생굴이 더 낫겠지만, 하프셀을 이용하면 굴 회, 굴 파스타, 굴 짬뽕 등을 했을 때 소위 뽀대라는 것이 산다. 혹시 아는가? 먹거리의 뽀대 덕에 기분도 업 될지 말이다. 물론 더 원초적인 느낌을 원한다면 아예 각굴을 사용해도 좋겠지만 말이다.

얼음 냄비 위의 하프셀 굴

 

참고한 문서들

 

(어패류) - 나무위키

위키백과

, 석화 - 권오길

Oyster - WikiPedia

FDA 실사단, 통영 앞바다 위생점검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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