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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와 레시피/24절기

입춘 이야기 – 놀이, 먹거리, 속담, 기후 등

by star dust 2021. 2. 6.

 

24절기와 황도좌표계에 대한 설명, 24개 절기의 목차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라.

 

24절기를 이해하다

24절기 24절기(절기, 이십사절기, 二十四節氣)란 한중일 등의 동아시아 지역에서 계절과 기후의 표준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24개의 날들로, 1년(태양년)을 태양의 황경(黃經)에 따라 24 등분해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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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란?

 

입춘(立春)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태양이 황경(黃經) 315°에 들은 날이며, 매해 2월 4일경이다. 그레고리력으로는 35번째 날이며 윤년도 같다.

이른 봄의 snowdrops

 

입춘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데, 양력으로는 2월이지만 음력으로는 보통 정월(正月)에 든다. 그 해의 첫 번째 절기이며, 대개 설날도 입춘 즈음에 찾아오게 되니, 새 해를 상징하는 절기이다. 가끔은 입춘이 섣달에 들기도 하는데, 이 경우 정월에 들었던 입춘이 섣달에도 다시 들었다 해서 재봉춘(再逢春), 즉 다시 맞이하는 봄이라 한단다.

 

입춘의 기후

 

입춘은 절분으로 계절을 나누는 기준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음력으로 대개 1월에 드니, 음력의 경우는 1, 2, 3월이 봄이된다. 해서 옛사람들은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했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한과 대한을 전후로 12월 말에서 1월 초, 또는 1월 하순에서 입춘이 있는 2월 초가 흔히 매섭게 추운 경향이 있다. 이는 잘 알려져 있듯이, 24절기의 명칭이 중국 화북지방을 중심으로 정해져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란다. 화북(화베이)이란 중국의 6대 지리대구(地理大區)중 하나로 화베이 평원이 중심인 중국의 북부 지역을 의미한다.

중국 화북 지역
중국 화북 지역

 

그래도 입춘 정도 되면, 동지가 지나고 태양이 북반구 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아직 춥지만 햇빛이 강해지고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더 따뜻해지려면, 북반구 쪽의 땅과 바다가 데워져야 한다. 이 시차가 있기에 적어도 입춘이 지나 한 달 정도, 즉 춘분 정도는 되어야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최근 30년 기상

 

그럼 실제로 입춘 날의 날씨는 어땠을까? 기상청의 30(1991~2020)간 서울(지점번호 108)의 입춘 날 기상자료를 살펴봤다. 우선 가장 중요한 기온은 30년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대략 를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따뜻하다고까지는 못해도, 그래도 아주 춥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입춘 이후로 날이 더 풀렸을 것으로 생각해보면, 입춘이란 이름이 아주 틀리지는 않은 듯하다.

입춘 30년간 서울 기상

 

연도별로는 1994, 2007, 그리고 2009년이 가장 따뜻한 해였고, 2006년과 2018년이 가장 추웠었다. 눈비는 30년간 7번 관측돼 많지는 않았으며 한 번 올 때 강수량도 적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눈과 비가 항상 같이 오더라는 것. 이건 입춘이 아니고 우수라고 해야 할라나?

 

입춘 풍습

 

새해의 첫 절기인 만큼, 입춘이 되면 보통 대청소를 하고 장비들(농기구)을 꺼내 손질하면서 한 해를 준비했다고 한다. 또한 좋은 글귀를 써서 대문 등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기도 했는데, 이를 입춘축(立春祝)이라 하는데, 다른 말로는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련(春聯), 또는 춘축(春祝)이라고도 한단다.

입춘축
입춘축(立春祝)

 

입춘축으로 가장 유명한 글귀는 역시 立春大吉 建陽多慶(입춘대길 건양다경)’인데,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글귀는 조선시대 남인의 거두 미수 허목이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외의 대표적인 입춘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笑門萬福來(소문만복래) - 웃으면 ()복이 와요.
  • 春到門前增富貴(춘도문전증부귀) - 봄이 문 앞에 오니 재산이 는다.
  •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 부모는 장수하시고 자손들은 오래도록 잘 살게 된다.
  • 去千災 來百福(거천재 래백복) - 온갖 재난은 사라지고 수많은 복이 찾아온다.

 

헌데 입춘축은 다들 어려운 한자인데 글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글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받아다 붙였다고 한다. 과연 글 값은 받았을지 궁금해진다.

 

그 외에도 새해가 오면 떠오르는 그것, 굿이나 점 관련 행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아쉬운 지난해, 지겨운 겨울을 지나며 여기저기서 굿판이 열렸는데, 무속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아마도 지금의 신년음악회 같은 문화행사의 의미도 있었을 듯하다. 제주도에서는 입춘 날에 큰 굿을 했다는데, 그걸 입춘 굿이라고 했단다. 입춘 굿은 무당 조직의 대빵(펭수 용어)이신 수심방(首神房)이 직접 맡았다 하며, 규모가 커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굿을 구경했다고 한다. 굿판이 크니 그냥 끝나지 않고, 걸립(乞粒)이라 하여 농악대와 함께 집집마다 방문해 공연을 하며 부조를 받고, 하느님(上主), 옥황상제, 토신, 오방신(五方神) 등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탐라국 입춘굿 오방각시 탈춤
탐라국 입춘굿 오방각시 탈춤

 

절기 자체가 농사를 위한 기준일인데다, 입춘은 그 첫 번째였으므로 한 해 농사를 점쳐보는 소소한 놀이들도 했었다 한다. 가장 유명한 것이 멀쩡한 보리 뿌리를 뽑아 그 수를 세보는 것인데, 표준점은 뿌리가 셋이면 풍작, 둘이면 평년작, 하나 또는 아예 없으면 흉작이라는 것이다. 점을 빙자한 과학적 표본 조사가 아닐까 싶다. 뿌리 수의 해석에는 약간씩 변형판이 있었던 것 같다. 한편 충남에서는 오곡을 솥에 넣고 볶아봐서, 맨 처음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녀석이 그해 풍작일 거라 믿기도 했다고. 제주도의 경우는 더 신기한데, 입춘 날 대청소를 하고 체를 엎어뒀다가 몇 시간 뒤에 그걸 들어보면 없던 곡식이 한 알 나온단다. 이때 나온 곡식이 그해에 풍년이 들거라 믿었다고 한다.

화분의 보리싹

 

입춘도 마케팅 절기 중 하나인데, 음력으로 윤달이 있는 해는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정월과 섣달에 두 번 입춘이 든다. 이를 봄이 쌍으로 있는 (음력)해라고, 재봉춘 대신 쌍춘년(雙春年)이라 한다는데, 아마도 중국에서 유래한 용어를 가져온 듯하다. 우리 식으로는 아무래도 어감이 좀... 오해받기 딱 좋은 발성이다. 아무튼 봄이 두 번이니 그해에 결혼하는 것이 길하다고 한다. 결혼식 관련 업계(예식장, 점술인 등)의 마케팅이 아닐까 싶다.

봄볕의 결혼식

 

일례로 2006(병술년)이 쌍춘년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음력으로 한 해가 385일이나 되는 아주 긴 해였다. 이때 한국천문연구원의 안영숙 박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85일 이상인 (음력)해는 기원전 221년부터 2100년까지 12번 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했었다. 한데 혹자는 이 얘기를 이용해서, 쌍춘년 자체가 기원전부터 지금까지 12번 밖에 없다는 식으로 호도하며 마케팅을 했었나 보다. 속지들 마시길.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시헌력에 따르면 19년간 (음력)윤년은 7번이나 된단다. 거의 2, 3년마다 한 번씩 쌍춘년이 오는 셈이다.

 

절기음식

 

입춘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주로 왕에게 진상했던 오신채(五辛菜) 또는 오신반(五辛盤)이 있단다. 이것은 입춘에 맞춰 눈 밑에서 캐낸 다섯 가지 자극성 있는 햇나물을 겨자에 무치는 생채 요리다. 지역에 따라 다소 종류는 달라지는데, 움파(겨울에 눈 속에서 자란 작고 누런 파), 산갓(는쟁이냉이), 승검초(당귀), 미나리 싹, 무 싹, , 마늘, 달래 등에서 다섯 가지를 골라서 만들었다고 한다.

무순, 달래 불고기 ,미나리 무침 

 

이를 따라 민간에서도 덜 귀한 파, 겨자, 당귀의 어린싹 등으로 무친 세생채(細生菜)라는 것을 만들어 먹었단다. 아마도 겨우내 절인 장아찌와 익힌 시래기만 먹어 생채소가 너무나 당겼던 모양으로, 적은 양으로도 진한 맛을 느끼기 위해 자극성 채소를 선택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오신채와 세생채 외에 함경도 지역에서는 명태 순대를 만들어 먹기도 했단다.

 

입춘의 속담

 

입춘과 관련된 속담들은 주로 봄이라고 해놓고 왜 이리 춥냐는 불평이 많은 듯하다. 한마디로 하늘에 대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클레임이다. 한데, 실제 기상 자료를 보니 그렇게까지 춥지는 않았을 듯한데...

 

  • 입춘에 오줌독(장독·김칫독) 깨진다 입춘 즈음에 강한 추위가 올 때
  •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 - 입춘 즈음에 강한 추위가 올 때
  • 입춘을 거꾸로 붙였나 - 입춘이 지난 뒤 오히려 날씨가 더 추워졌을 때
  •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 입춘 즈음에는 꼭 춥다는 뜻
  • 가게 기둥에 입춘이랴 - 격에 맞지 않는 일을 엉뚱하게 하는 경우

장독대

 

참고한 문서들

 

입춘 - 위키백과

입춘 나무위키

입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입춘(立春)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다시 한 번, 24절기와 황도좌표계 등에 대한 설명, 그리고 24개의 절기들에 대한 목차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라.

 

24절기를 이해하다

24절기 24절기(절기, 이십사절기, 二十四節氣)란 한중일 등의 동아시아 지역에서 계절과 기후의 표준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24개의 날들로, 1년(태양년)을 태양의 황경(黃經)에 따라 24 등분해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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